#테슬라 전기차 '모델S' 차주인 이 모씨는 최근 차량 사고 이후 수리를 위해 차량을 맡겼는데 대체 차량으로 '아반떼'를 받았다. 이 씨의 차량 가격은 1억1000만원, 연간 보험료는 약 250만원이다. 이 씨는 보험사 측에 전기차 대차를 요구하는 등 불만을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27일 현대해상·동부화재 등 보험 업계의 전기차 보상 기준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의 차량 가격이나 주행 특성과 상관없이 차체 크기만 따져 보상책을 구분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시중에 팔리는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차 분류 기준인 A·C·D·J그룹에 그대로 적용된다. 전기차 기아차 '레이EV'는 배기량 1000cc 이하인 내연기관 차량 '레이'와 동일하게 A그룹에 속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C그룹(1401cc~1600cc)에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기아차 '쏘울EV' 등이 포함됐다. D그룹(1601cc~2000cc)에는 한국지엠 '볼트(Bolt)'와 테슬라 '모델S' 등이 속해 있고, 현대가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차 '니로EV' 등은 1600cc 미만 RV차량으로 분류된 J그룹에 속한다.
보통의 내연기관 차량은 배기량에 따라 보험료나 보상 기준 등의 차이가 있지만, 전기차는 가격이나 출력·주행 성능 등 별도의 기준 없이 차체 크기만을 따져 적용한 형태다.
이 기준에 따라 A그룹의 대차 차종은 기아차 '모닝', C·D·J그룹은 각각 기아차 'K3', '아반떼' 혹은 'K5', 한국지엠 '트렉스' 등이다.
결국 1억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S'를 타고도 출고가 4700만원의 보험료 50만~70만원(40대 성인 남성 1인 등록 기준)을 내는 한국지엠 '볼트(Bolt)'와 같은 대차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H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기량으로 분류할 수 없어 자동차관리법에 분류된 중형 등 차체 크기로 보상 등의 기준을 적용한다”며 “이 기준은 손보협회에서 정한 것으로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기준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기차 전용 보험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내 보험 기준은 이 같은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보험 대차 차량을 같은 동력원의 전기차로 하고, 보상 기준도 차체 크기가 아닌 차량 가격 등 현실성 있는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를 포함해 최근들어 고성능의 고가 중소형 차량이 늘고 있는데 차체나 배기량만을 따져 보상책을 적용하는 건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며 “대차의 기준을 차체 크기로 할 게 아니라, 자동차등록증에 명시된 차량 가격 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