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고위공직자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법안을 26일 오후 9시 20분께 신속처리지정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지정이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3당은 당초 이날 오후 8시 국회 본청 220호실에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개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봉쇄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회의를 개의했다.
장소가 바뀐 것을 알고 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가 무효라고 항의했다. 바른미래당에서 사보임돼 사개특위에서 빠진 오신환 의원도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사보임은 무효”라며 발언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참석해 회의를 지켜봤다.
한국당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 속에 진행된 회의에서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공수처 법 등을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크게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 무효 △사개특위에 회부된 2개 의안의 의안번호가 동일하고 △회의 통보가 한국당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불법 사보임 무효”, “이 회의는 무효”라고 고성을 질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제 사보임 자체가 불법이다”라며 “이 회의가 무효인데, 어떻게 사법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공식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 문제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게 이의 제기하고 다투라”며 “우리 위원회나 위원장에게 의장이 임명한거 적법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신환 의원 대신 교체돼 들어온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회의에 상당한 기대 갖고 왔으나 양당의 충돌과 대립, 갈등을 보면서 원만한 회의가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며 “심히 유감을 표하고 오늘 자리에서 나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이 회의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이라며 “회의를 무효로 하시고 새롭게 회의를 잡는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사보임이 부당하면 권한쟁의 신청해서 재판을 받아야지 예의를 지키고 독재타도란 말이 그 입에서 나오냐”며 소리쳤다.
표 의원은 “행안위에서 백남기 농민 사건, 용산참사, 강정마을 논의할 때마다 한국당은 불법은 반드시 벌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미국에서 폴리스 라인을 넘으면 총을 쏜다고 말해놓고 국회법 어기고 의안실 점거하고 사무처 직원을 감금하면서 사보임을 문제삼을 수 있냐”고 반박했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만약에 그렇게 당당하다면 도둑처럼 숨어서 장소를 옮겨가면서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며 “당당하고 정당하면 당장 표결을 하면 된다. 지금 당장 표결하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여야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산회했다. 이날 회의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참석하지 못했다. 박지원 의원은 “회의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드러누워 입장을 저지해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