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대외 직함이 세 개다. 본업인 의사(심장내과)를 비롯해 연세의료원 최고정보책임자(의료정보실장), 의료 정보기술(IT) 자회사 파이디지털헬스케어 대표이사다. 심장판막, 심부전, 심근질환 등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의사 직분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 하루 동안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의 장기 비전 제시다. 이 회사는 2012년 연세의료원이 KT와 손잡고 세운 의료IT 기업이다. 연세의료원 차세대 시스템 구축, 건강관리 솔루션 개발이 주력이다. 인력, 자금 등의 한계로 의료원의 IT 프로젝트 지원에 그쳤다. 매출도 몇 년째 100억원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2017년에 장 교수를 파이디지털헬스케어 대표로 임명하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1년에 가까운 '진단' 끝에 회사를 '수술'하기 시작했다. 사업 모델을 시스템통합(SI)에서 IT아웃소싱(ITO)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역할과 성과가 모호한 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SI를 버리고 병원 전산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로 사업 방향을 명확히 했다.
장혁재 파이디지털헬스케어 대표는 “처음 대표직을 맡았을 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면서 “ITO 사업으로 회사 역할을 설정하고,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 조직 개편으로 병원과 자회사가 시너지를 내는 게 1차 목표였다”고 말했다.
외부 투자 유치에도 공을 들였다. 사업 전환에 따른 다양한 투자가 필요했다. 지난해부터 투자 유치에 매달려 지난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환자 진료, 수술, 연구 등 의사 역할만으로도 벅찰 텐데 병원 의료IT 총괄인 동시에 자회사 대표직까지 맡는 게 힘들지 않을까. 그 역시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장 대표는 “몸은 하나인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다”면서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 차례가 돌아오는 외래 진료와 세 번 이상 환자 검사를 마치고 의료정보실장과 자회사 대표 업무까지 하면 개인생활은 없다”며 웃었다.
몸은 힘들지만 여러 직책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점도 있다. 병원 CIO와 의료IT 자회사 대표의 역할은 연관성이 높다.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다 보니 의사결정이 빠르다. 병원의 IT 전략과 이를 수행하는 자회사가 한 몸이 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IT로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이다. 나아가 고질화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병원 산업 구조를 IT로 숨통을 틔워 주고 싶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100원인 서비스를 80원에 공급하는 수가 구조로 되어 있어 병원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20원의 서비스 비용을 올리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이것을 IT를 활용한 산업화로 채워서 수익성을 올리고 의료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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