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선박 사고 막는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박 엔진고장을 사전 진단하고 예방한 사례가 나왔다.

현대글로비스 해운 자회사 지마린서비스(대표 황창국)는 투그램시스템즈(대표 서영우)와 공동 개발한 '선박엔진고장예측시스템(e-CBM)'을 지난 1년여 동안 선박 열세 척에 적용해 관리한 결과, 엔진 고장을 사전 진단해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30일 밝혔다.

지마린서비스가 현대글로비스 선박에 구축한 e-CBM 운용 이미지.
지마린서비스가 현대글로비스 선박에 구축한 e-CBM 운용 이미지.

e-CBM은 선박 엔진에서 추출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상태를 진단하고 고장을 비롯한 앞으로의 변동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온도, 소리 등 엔진에서 발생하는 단순 정보를 활용한 기존 시스템과 달리 수십에서 수백가지 엔진 내 세부 정보를 빅데이터로 실시간 분석, 정확하게 진단하고 예측한다.

설정된 위험 수치에 이르면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문제가 된 지점과 발생 원인까지 알려줘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선주나 선사 등 사용자가 입력 데이터 종류, 수량, 진단 값 등을 설정할 수 있어 정보 유출 위험은 낮다.

투그램시스템즈가 개발한 e-CBM 주요 기능 이미지.
투그램시스템즈가 개발한 e-CBM 주요 기능 이미지.

지마린서비스는 지난해 초 e-CBM을 현대글로비스 선박 두 척에 시범 적용한데 이어 최근까지 열세 척에 적용해 엔진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몇몇 선박은 엔진 부품 노후화를 확인해 교체했다. 단계적으로 현대글로비스 선박 40척 전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A선박은 운항 중 피스톤링 장력 손실로 인한 실린더 가스 누출 의심 징후를 포착해 신속한 대체로 엔진 고장을 미연에 방지했다.

B선박은 북태평양 운항 중 기상상태 악화로 인한 과부하 운전 구간을 예측해냈고, D선박은 배기가스와 냉각수 온도 급상승 상태를 미리 파악했다. E선박은 메인 엔진 압력 하강 신호에 따라 센서 및 필터 점검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선박 내 기기마다 예방정비카드를 비치해 일정 가동시간을 체크한 후 부품을 교체하거나 정비하는 '예방정비시스템(PMS)'을 사용했다. PMS는 정상 작동 중에도 부품을 교체해야 하거나 일정 가동시간 내에 고장이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다. PMS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 선박은 기관장 안목에 의존해야 했다.

황창국 지마린서비스 대표는 “e-CBM 도입 후 안전운항 능력 향상과 사후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면서 “실시간 현장 대응력을 확보해 관리 부주의로 인한 선박 사고를 방지하고 선박관리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