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020년 이후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면서 '서비스로서 이동성(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로보택시를 서비스 중인 곳은 웨이모(Waymo) 뿐이지만, 내년이면 5~6개 업체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현대자동차도 러시아, 중국 등에서 로보택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가진 기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미래 MaaS 시장에서 뒤처지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0년 하반기 완전무인자율주행에 대한 규제 승인을 얻어내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가 유력하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차량호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한다. 우버, 리프트 등과 비슷하면서 운전자가 없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 칩을 공급받아 개발한 'FSD(Full Self-Driving) 컴퓨터'를 장착한다. FSD 컴퓨터는 기존 엔비디아 시스템을 장착한 오토파일럿 2.5보다 7배 가량 빠른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3월부터 모델S, 모델X에 FSD 컴퓨터를 장착했다. 4월부터는 모델3에도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내년까지 로보택시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이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가 플레이어(사업자)로 나타나면서 내년 로보택시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자율주행 차량공유는 웨이모가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시작한 '웨이모원' 뿐이다. 다만 비상상황을 대비한 운전자가 탑승하기 때문에 MaaS 3.0에 해당하는 로보택시는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 스티어링휠과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락한 주가 없기 때문이다.
로보택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제너럴모터스(GM)다. 자율주행 부문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은 미국 주요도시에 로보택시 2500대를 투입해 서비스 개시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중앙정부와 각 주 정부에 도로교통법 개정도 제안했다. 크루즈는 운전대와 페달조차 없는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투입해 좁고 복잡한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시험 주행하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쉬와 함께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로보택시, 무인셔틀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 모빌리티 플랫폼과 협업해서 로보택시, 무인셔틀 등 신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알버티 비어만 현대차 R&D본부장은 레벨5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면 혁신형 택시·트럭·셔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러시아 최대 ICT 기업 '얀덱스(Yandex)'와 함께 신형 쏘나타(DN8)를 기반으로하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현대모비스 로보택시는 러시아 전역에 걸쳐 최다 100대까지 운행하면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점차 글로벌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는 MaaS 시장 확대를 대비한 로보택시 출시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곳이 없다.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나 국내 법규, 사업 구성 등은 아주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쏘카, 그린카 등 국내 차량공유업체들은 로보택시에 대한 계획 자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로보택시 시장은 2030년 75조원까지 늘어나 전체 차량공유 시장의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지만, 국내에서는 기술적인 부분과 법규 등의 이유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면서 “K시티, 규제 프리존 등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를 강화해 개발환경을 지원하는 정책이 뒷받침되면, 기술적인 부분은 기업들이 빨리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