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8>성장 위해 산업정책·시스템 재정비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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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4월 25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이 당초 경제 부처 예상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수출 감소, 특히 설비 및 건설 투자 감소가 두드러진 원인으로 보인다. 그나마 1분기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나아져서 올 우리 경제가 연간 2.5% 성장 경로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발표 이튿날에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 합동토론회에서도 주로 금리 인하나 재정 정책 의존도를 줄이고 규제 완화, 혁신 성장, 산업 경쟁력 향상 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 있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문가마다 나름의 진단과 제안이 있겠지만 경제 성장 엔진인 기업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 가운데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산업 정책이다. 실상 우리 산업 정책이 실종된 것 같다는 지적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다. 시각에 따라서는 합동토론회에 나온 “정부는 판을 마련해 줘야지 직접 플레이어로 뛰어서는 안 된다”거나 심지어 “하지 말아야 할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산업 정책은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기업 규제나 시장 교정 같은 정책 프레임을 지금 같은 경제 환경 아래에서 여전히 답습해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산업 정책에 손놓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산업 및 수출 지원 시스템의 노후화도 걱정거리다. 실상 관련 공공기관 상당수는 빠르게는 1960~1980년대에 구축돼 지금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경우 동일한 명칭으로 1962년 6월 현판식을 치렀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1978년 12월의 중소기업진흥법 제정에 따라 1979년 1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982년 3월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으로 첫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술 지원 기관의 경우 시기가 좀 더 늦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산업 육성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전문 생산 기술 연구소 가운데 전자부품연구원은 1991년 8월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자동차부품연구원은 1990년 9월, 한국신발피혁연구원 경우 한국신발연구소로 거슬러 가면 1987년 4월에 각각 설립되었다. 물론 그 사이 기능이나 역할이 산업 변화에 따른 요구를 반영해서 변해 왔다면 이런 연혁이 문제일 리 없고, 법률의 경우 조문이 수시로 바뀌어야 제 역할은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설립 당시의 관심이 정체되는 동안 이들 기관에 대한 투자가 산업 변화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또 그런 만큼 이 기관이 그 사이에 바뀐 산업과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기에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앞으로 더욱 적극 투자해서 산업과 기업, 특히 수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지향의 역할과 기능 및 인프라로 재설계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공공기관이 그동안 사업 모색에 가장 큰 걸림돌로 예산 부족을 들고 정부, 국회, 언론에 자주 토로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1분기 성장률을 놓고 여러 토론회에서 나온 담론과 원칙들은 경제 부처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우리 경제를 재점화할 수 있는 구체화 방안을 찾아내 실행하는 것이 먼저다. 산업과 기업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혁신 인프라와 시스템이 이젠 재설계를 고민해 볼 때가 아닌지 솔직한 문제 제기가 필요한 때다. 미래 모습은 좀 더 전문화되고, 작지만 그렇기에 기민하게 운영되고, 더욱 국제화되고 열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시스템 혁신을 생각해 볼 때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