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까지 '탈(脫) 오라클'을 추진한다. 최근 전사자원관리(ERP) DBMS로 SAP를 택하는 등 오라클 비중을 낮추고 있다.
현대차의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가장 먼저 비용 절감을 들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대안이 없어 비싼 가격과 연간 22%에 이르는 유지보수 비용을 감수하면서 오라클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대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했다. 선택의 이유가 사라졌다.
또 다른 이유는 오라클이 디지털 전환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들은 클라우드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환경에는 오라클보다 경쟁사 SW가 더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라클 내부에서도 경쟁사보다 클라우드 대비가 늦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기업이 오라클 대신 경쟁사 제품을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SAP ERP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ERP DBMS로 SAP HANA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제조, 유통 등 일부 대기업도 오라클 SW 유지보수 해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의 한국 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기업은 특정 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꺼리는 특성이 있다. 가격은 물론 다양한 부문에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오라클은 시장을 독점해서 많은 이익을 추구했다. 수요 기업의 불만도 당연히 컸다.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게 기업 속성이지만 고객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 또한 기업 전략일 수 있다. 오라클은 고객과 미래를 팔아서 이익을 취해 온 셈이 됐다. 또 독점에 취해서 새로운 변화에 둔감했다. 오라클은 독점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두 가지 어리석음을 범했다. 만회하려면 몇 배의 수고가 필요할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