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사피엔스.' 신인류가 오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정부는 혁신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디지털 경제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혁신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창업지원, 금융지원, 투자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정작 '혁신 성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변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이며, 이를 목표로 하는 혁신 성장 역시 정의할 수 없다. 이는 지극히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혁신 성장의 정의는 조금 뒤로 물려 놓고 혁신 성장 효과를 논의함으로써 혁신 성장을 지원할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혁신 성장을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혁신 성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1차 목표는 일자리이다. 2016년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외감기업) 2만3262개사(전체의 90%)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은 2858개사로 10%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외감기업은 373만여명의 일자리와 연간 인건비 총액 254조1000억원을 책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의 일자리는 34만여명(9.3%), 인건비는 22조7000억원(8.9%)에 이른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외감기업 가운데에서도 구조 조정 대상 또는 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이 10% 이상, 일자리 역시 34만개에 달한다. 이를 기업 전체로 확대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를 혁신 성장으로 대체할 수 있겠는가? 지난 4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코리아스타트업 포럼이 공동 주최한 '스타트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라는 세미나에서 있은 유병준 서울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혁신 성장의 중심으로 불리는 '디지털 경제' 규모는 129조~200조원에 이르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22.32%를 차지한다. 이를 통한 고용은 234만명에 이른다. 디지털 경제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혁신 성장의 1차 목표는 완수되는 것이다.
혁신 성장의 또 다른 목표는 삶의 질 개선이다. 산업혁명, 인터넷 혁명이 우리 삶의 모습을 바꿔 놓았듯이 혁신 성장은 역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우선 혁신 성장은 일자리 모습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일자리'는 한 예이다. 1개 직업을 갖고 1개 기업에 소속돼 정해진 시간을 일하고 계약된 금액을 받는 현재의 일자리 문화가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여러 개의 기업에 소속돼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고 일한 만큼 받는 일자리, 즉 기업이 설계한 일자리에 노동자가 직업을 얻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스스로의 직업을 설계하는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일자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가 우리 삶을 개선할 것인가.
2017년 서울연구원의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통한 경제 효과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의 소득은 하루 평균 37%와 연 수입 약 358만원 상승했으며, 카카오택시 운전기사 22만 명이 얻는 사회 후생은 약 7,876억원으로 나타났다. 승객 역시 대기 시간 감소, 안심 귀가로 향상되는 안전, 악천후 회피 등으로 절감되는 비용, 즉 사회 후생을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3억7000만원 및 연간 약 1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보고서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한 경제 효과 분석도 있다. 도소매업자가 네이버 플랫폼을 사용해 얻은 매출 이익 약 9800억원, 절감되는 비용 약 770억원, 간접 홍보 효과 약 1240억원 등 약 1조 1810억원의 사회 후생이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경제를 통한 혁신 성장은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혁신 성장으로부터 발생할 경제 효과를 가늠해 봄으로써 혁신 성장이 무엇인지 짐작해 봤다. 정부 정책의 방향은 혁신 기업을 돕는 것 외에 혁신 성장이 창출하는 일자리를 구조 조정 대상자들에게 제공하고, 혁신 성장이 변화시킨 새로운 삶의 모습을 보호할 법 테두리를 마련하고 변화시키는 일 또한 포함돼야 할 것이다. 혁신 성장이 이끌 한국 사회의 새로운 모습에 정부의 치밀한 역할을 기대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kangbw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