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강원도 지역을 덮친 화마의 흔적은 참혹했다. 축구장 700개 면적을 불태웠고 사망자 1명과 이재민 1200명이 발생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소방당국 등 전 기관이 비상사태에 임하면서 산불 피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회보장정보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불 시작과 함께 중앙 모니터링센터를 비상 가동, 강원 지역 독거 어르신께 일일이 전화를 돌려 안전 여부를 확인했다.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이어진 확인 연락으로 신속한 대피는 물론 자녀도 안심할 수 있도록 국가 역할을 다했다.
강원도 산불은 우리나라 복지 패러다임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국민에게 국가 최저 생활을 보존하는 단편적·일방향 복지 체계에서 국민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시는 물론 안전까지 책임지는 포괄적 의미의 복지가 자리 잡는다. 사회보장시스템 운영을 책임지는 사회보장정보원 역할도 확대됐다. 복지 서비스 부정수급 방지를 넘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 국민 맞춤형 보장 서비스 제공, 국민 체감 안전 확보 등 '적극적 복지' 설계에 한창이다. 임희택 사회보장정보원장을 만나 미래 복지 체계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김인순 SW융합산업부장
-최근 온 국민이 가슴 아팠던 강원 지역 산불 사태에서도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사회보장정보원이 그동안 해오던 일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독거노인 대상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2016년부터 시행해 왔다. 독거노인 가정에 응급알림 장비를 설치해 모니터링하고 응급상황 발생시 119 구급대 등을 즉시 파견하는 서비스다. 마침 4월 1일부로 중앙 모니터링센터를 확대해 365일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로 바꿨다. 이번 강원 산불 사태에서 중앙 모니터링센터를 통해 강원 지역 독거노인, 중증 장애인 3362명에게 연락을 돌려 안전을 확인했다.
이번 산불 대응을 보듯 사회보장정보원은 국민 안전까지 책임지는 폭 넓은 사회보장 체제를 운영하고자 한다. 중앙 모니터링센터에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등 서비스 대상자가 자살 충동 등 심리적 불안정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건강 문제를 넘어 심리 상담까지 가능한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고령화, 양극화 등 사회적 과제가 심화될수록 사회보장정보원 역할도 커진다.
▲사회보장정보원은 2009년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로 설립됐다. 보건복지, 사회·보육 분야 정보 시스템 통합 운영·관리가 핵심 역할이다. 초기만하더라도 부정수급을 막는 시스템 운영이 주 목적이었다.
시대가 변했고, 우리도 변해야 했다. 사회보장이라는 게 안전도 해당된다. 올 초 '망우동 모녀 사건'을 잘 알 것이다. 이들은 기초연금 25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기초생활보장은 신청하지 않았고, 공과금과 건강보험료도 꼬박꼬박 냈기 때문에 빈곤 위기 가정을 파악하는 주민센터 레이더망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어르신, 중증장애, 위기의 아이들로 확대할 경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이 곳곳에 존재한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이들이 국가가 만든 안전망에 들어오도록 끊임없이 발굴, 지원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기존 신청자 중심 보장체제에서 이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수요자를 발굴하는 등 적극적 의미의 복지로 전환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국민이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복지 욕구가 복잡·다양해지면서 복지전달 체계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다. 현재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포괄적 복지' 역시 같은 개념이다. 아동수당,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등 전 국민 모두가 생애주기에 맞춰 사회보장 혜택을 받도록 정보시스템을 개발·운영한다.
대내외 요구에 따라 사회보장정보원은 '지능형 사회보장 정보 플랫폼 중심기관'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능형 사회보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하는 지능화 기술을 접목해 국민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 실현을 의미한다. 이어 '정보 플랫폼'은 국민, 지자체, 민간의 사회보장 정보를 상호 연계·융합해 국민에게 새로운 효용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만 하더라도 일일이 사람이 발견하기 어렵다. 비전 달성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활용은 필수로 보이는데.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전, 단수,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체납정보, 주거 위기 등 14개 기관 28종 위기 정보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내 37종 정보를 연계·분석해 작년에 13만여명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했다. 또 아동학대나 방치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빅데이터로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견해 아동학대 대응에도 나선다.
앞서 언급한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역시 ICT에 기반한 사업이다.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대상으로 집 안에 게이트웨이, 화재센서, 가스센서, 활동감지센서, 출입센서, 응급 호출기 등 기기를 설치하고 중앙에서 모니터링한다. 향후 응급안전장비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최신 기기로 교체하고 8만명인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전반적인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360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어떤 의미를 갖나.
▲차세대 사업 역시 앞서 말한 복지 패러다임 전환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2022년 시스템이 가동되면 큰 혁신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게 '복지 멤버십'이다. '망우동 모녀 사건'처럼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전기료,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서 위기가정으로 발굴 안 된 사례가 여전히 많다. 복지 멤버십 제도로 생애주기별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미리 알려준다. 자신도 몰랐던 복지 제도는 물론 아동수당과 같이 특정 시기에 받을 수 있는 혜택까지 선제적으로 알려줄 계획이다.
장소 제약도 없앤다. 조사결과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이유 중 절반 가까이가 '모르거나 바빠서'다. 복지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고 주민센터까지 가려니 바빠서 안된다. 차세대 시스템이 구축되면 온라인을 포함해 전국 어디서나 신청 가능하게 장소 제약을 없앨 예정이다. 최근 사회보장시스템이 가장 잘 구축됐다고 평가받는 호주 정부도 관계자가 우리 시스템과 비전을 듣고 감탄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
-7월이면 사회보장정보원장 취임 1년이다. 지난 1년 간 가장 역점을 둔 게 있다면.
▲계속 강조했던 것이 안전이다. 안전이라는 의미는 국민의 생활 안전도 포함되지만, '보안'이라는 개념도 내포한다.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하면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다.
사회보장정보원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나가야 한다. 생활안전, 복지 사각지대 해소, 독거노인 및 위기 아동 발굴 등이다. 이것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다. 우리가 가진 사회보장 정보만 30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데이터만으로는 어렵다. 유관기관 데이터 연계도 필수다. 데이터 활용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보호에도 집중해야 한다. 시스템이 노후돼 처리가 늦을 수는 있어도 데이터가 유출되는 건 허용할 수 없다. 내부 정보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승진 시험에 정보보안 항목을 추가해 인식 제고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의료기관 공동 관제센터(ISAC)도 보안을 강화한 사례다. 아시아 최초로 구축된 공동 관제센터는 20개 병원을 대상으로 보안 전문 인력이 24시간 상주해 사이버 공격 실시간 모니터링, 위협정보 공유, 침해사고 대응, 보안 전문 교육 등을 수행한다.
-현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복지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는데, 재정 부담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목표로 내세웠다. 우리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이용해 복지예산 절감과 누수 방지라는 역할이 있다. 국민이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보장 서비스를 신청하면 대상자 여부를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부적격 유형이나 중복 지원을 확인하고 복지급여 지급을 차단한다. 이처럼 사망의심자 정보 활용 확대, 중복사업과 인적변동 사전점검 등으로 연간 2171억원 복지재정을 절감한다. 또 확인조사, 수급자 인적변동 사후 제공 등으로 연간 1조690억원을 줄이는 등 복지재정 누수를 방지한다.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국가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자신만의 기관 운영 철학은.
▲사회보장정보원은 정부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달성한 기관은 많지 않다. 우리가 가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임직원에게 네 가지 덕목을 강조한다. 신뢰, 배려, 소통 그리고 혁신이다. 모든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장기적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는 보건 의료와 복지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누구보다 국민, 시스템 사용자, 직원 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소통과 협업은 배려를 기본으로 나온다. 앞으로 수평적 신뢰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정보화 전문기관을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임희택 사회보장정보원장은 1955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부산 동아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수학과를 나왔다. 1981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체계적인 업무 개선을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뛴 경력을 바탕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병원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중앙보훈병원 행정부원장을 거치며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전략가가 된다.
이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기획이사를 역임했다. 그러면서 포용적 개념의 사회보장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복지를 실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회보장정보원 기획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원장으로 일한다.
처음 사회보장정보원에 왔을 때는 사회보장제도를 IT와 결합해 복지재정 누수를 차단하는데 힘을 쏟았다. 지금은 복지가 필요한 국민에게 사회보장을 포용적으로 촘촘히 제공하고 더 나아가 위기가구 발굴에 힘쓴다.
사회보장정보원이 갖고 있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을 지급하고 전국의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수행하는 등 대한민국 아동부터 노인까지 모두의 안전을 위해 달리고 있다.
정리=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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