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신수종 사업으로 기대하는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 성장세가 주춤하다. 대형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자체 비즈니스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K바이오텍 매출은 연결기준 2562억원, 영업손실은 4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1057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면서 큰 폭 성장을 거뒀다. M&A에 따른 매출 합산 영향이 컸다. 회사는 2017년 미국 제약사 BMS가 보유한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했다. 지난해 이 공장 매출은 1763억원이다. SK바이오텍 미국 법인 매출 560억원까지 합산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두 배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자회사 매출을 제외한 SK바이오텍 별도 매출 역시 늘었지만 성장세는 주춤하다. 별도기준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164억원으로, 전년(1057억원)대비 10% 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까지 연평균 20~30% 성장률을 보이면서 고속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풀 꺾였다. 실제 2017년 8% 성장률을 보인 이후 지난해도 큰 폭 실적 개선 등 반등은 못했다.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도 떨어졌다. 연결기준 2017년 15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나 떨어졌다.
2015년 설립된 SK바이오텍은 의약품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한다. 신약개발 회사인 SK바이오팜과 함께 SK그룹이 주목하는 바이오 사업 쌍두마차다. 2015년 설립 후 2년 만에 매출 '1000억 클럽'에 가입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M&A를 제외한 외연 확장이 주춤한 것은 신규 고객사 발굴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SK바이오텍 고객사는 18곳으로 알려졌다. 2016년까지 12~14개 고객사를 확보한 것을 감안할 때 2년간 신규 고객사 발굴이 제한적이었다. 2017년 16만 리터 규모 세종 공장까지 준공하면서 생산규모가 늘었지만 신규 고객이 큰 폭으로 늘지 않으면서 투자비 상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CMO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텍이 최대 규모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전개했지만, M&A를 제외하고 자체 사업 확장이 제한적이면서 매출이 크게 늘지 못했다”면서 “최근 제약분야 CMO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SK바이오텍은 일시적인 비용 탓일 뿐 올해부터 예년 수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위탁생산 의약품 포트폴리오는 작년 기준 38개에서 169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장기계약 비중은 37%에서 63%로, 고객 수는 98개까지 늘린다.
회사가 비전으로 내세운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 성장세로는 사실상 내년까지 1조원 달성이 불가능하다. 다만 대형 M&A와 내년 시판이 유력한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생산을 맡을 경우 기회는 있다. 실제 지난해 SK그룹이 인수한 미국 CMO 기업 엠팩은 연간 매출액이 2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PMI(인수 후 통합 비용)비용이 반영됐고, 2017년 하반기 가동한 세종공장에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면서 일정기간 고정비가 발생했다”면서 “올해는 이 이슈가 해결돼 작년 대비 이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