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와 관련된 전시는 손에 꼽히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전시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등 갖가지 문화 예술 장르로 승화되어 대중들과 호흡해 오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가라 칭하여도 틀리지 않을 빈센트 반 고흐를 보다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전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다양한 루트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접한 이들이 많기에 그 특별함에 대해 인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사실, 반 고흐의 작품들은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진품을 그대로 관람하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최근의 다른 전시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을 만큼 제대로 된 전시를 찾기도 힘든 일이긴 하다.
물론,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도 진품을 전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한 체험형 전시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은 빈센트의 동생 태오의 부인과 아들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대중에게 공개하게 되면서 만들어졌기에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반 고흐의 작품들을 전 세계인과 공유한다는 사명을 가진 기관이기도 하다.
때문에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우리나라에서 첫 선을 보이는 전시가 아니다. 2016년 중국의 베이징과 지난 3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전시되었으며 이번에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으로 작품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반 고흐가 생전에 살았던 거처들과 거리 풍경 등을 재현해 놓음으로써 그가 경험했던 것들을 사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네덜란드 출신이면서 프랑스의 풍광에 매료되어 프랑스의 대표 화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반 고흐의 삶을 직접 보고 모작이긴 하지만 ‘반 고흐 미술관’을 통해 인증된 작품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유화 특유의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작품의 일부를 확대하여 놓은 섹션에서 반 고흐의 작품을 만져보고 지푸라기 내음으로 구현된 밀밭의 향기를 맡노라면 마치 반 고흐와 동시대의 사람이 된 것과 같은 경이로움 마저 느낄 수 있다.
반 고흐의 화법에 따라 직접 스케치를 해볼 수 있는 섹션은 물론이고 반 고흐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재료와 도구를 체험해 볼 수 있으며 반 고흐가 살았던 방과 동일하게 연출된 공간에서 침대에 눕거나 앉아볼 수 있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라는 틀에 박혀 눈으로만 관람이 가능했던 여타의 전시들에 익숙해 있었기에 작품들을 직접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는 이번 전시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닐 테니 말이다.
교과서를 읽음으로 정신병을 앓았던 반 고흐를 막연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그의 눈에 비친 환경들을 통해 천재화가의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더하여 대형 터치스크린이나 미디어 월 등을 이용하여 현대적인 방식으로도 반 고흐의 작품들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모든 것들을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 하나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의 특장점은 모든 관람객들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전시를 보다 실제적인 느낌으로 접할 수 있도록 반 고흐가 생전에 썼던 수백 통의 편지를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살아있는 반 고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과 비슷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지게 한다.
이렇게 보는 것에서 그치는 전시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지고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듣고 반 고흐가 살던 시절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림 속 반 고흐의 과거를 요즈음에 걸맞게 재탄생시켜 관람객으로 하여금 친밀하게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열린다. 빈센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 고흐를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