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이 올해 들어 두 번이나 메르세데스-벤츠에 내수 4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시장 분위기를 반전할 만한 신차가 적은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의 내수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4월 국산 승용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1만4409대, 수입 승용차 판매는 29.0% 감소한 1만8415대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가 올해 들어 판매를 늘려가는 가운데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모델 노후화와 신차 부재 등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수입차는 인증 지연과 물량 부족 영향으로 판매가 줄었다.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지난해 쌍용차에 내수 3위를 내준 데 이어 올해는 벤츠에 4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벤츠는 6570대를 판매하며 르노삼성차(6432대)와 한국지엠(5650대)을 앞질렀다. 2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4위 탈환이다. 벤츠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10.7% 줄었음에도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을 추월했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에서는 르노삼성차(2만4800대)와 한국지엠(2만2420대)이 벤츠(2만502대)를 소폭 앞섰으나, 판매 격차가 크지 않다. 2분기 이후 수입차 물량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경우 내수 4위도 내줄 위기에 처한 셈이다.
주요 모델별 실적에서도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벤츠에 뒤졌다.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 벤츠 E클래스는 올해 들어 1만1532대를 판매해 한국지엠 스파크(1만901대), 르노삼성 SM6(6298대) 등을 크게 앞섰다.
올해 2분기 이후 내수 판매 성장을 견인한 신차가 적다는 점도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에 악재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마스터 버스 외에 뚜렷한 신차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을 도입한다고 수차례 밝혔으나, 아직 출시 시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벤츠와 BMW 등 수입차 업계는 다양한 신차를 투입하며 내수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인증 지연과 물량 부족으로 판매가 주춤했던 1분기와 달리 2분기부터는 신차를 쏟아내면서 가격 인하 등 공격적 프로모션을 전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은 2분기부터 물량 부족이 서서히 해소되고, 신차 투입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1분기 정체됐던 판매 감소분을 만회해 나갈 것”이라면서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의 경우 신차가 적고, 투입 시기도 늦어지면서 2분기 이후에도 내수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