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지난해 10월부터 4회에 걸쳐 국내 산·학·연·관 인사가 참여한 '산업기술 혁신성장 좌담회'를 개최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산업과 혁신성장 창출 전략을 논의했고, 국내 R&D 제도·문화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좌담회에서는 그동안 다뤘던 인공지능(AI)·블록체인·디지털전환·스마트에너지 산업기술 발전이 더딘 이유를 되짚어봤다. 또 우리나라 산업 혁신성장을 위한 혁신적 파괴 핵심기술과 융복합, 규제 개혁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아울러 혁신 주체인 정부·기업·연구소·대학 측면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참석자(가나다순)]
민동준 연세대 부총장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장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이광형 KAIST 부총장
이학성 LS산전 사장
사회=백만기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백만기(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그동안 산업기술 각 분야별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오늘은 산업기술을 통해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총괄 논의해보겠다. 최근 LG전자가 스마트폰 생산을 평택에서 베트남으로 옮긴다고 했다. 삼성은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하고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가 가진 지식자원, 빅데이터를 잘 활용해 산업 간에 융합하고 경쟁국과 비교해 앞서나가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한 차원 높은 가치를 갖춘 제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제조업이 2차 산업, 서비스업이 3차 산업이라면 우리는 2.5차 산업을 지향해야 한다. 전통 제조업에 지식재산, 표준·인증 인프라를 결합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총체적인 산업 정책 틀을 만들고 산업부가 짚어나가는 새 산업 정책 흐름을 생각해봤다.
오피니언 리더 말씀을 하나하나 듣겠다. AI, 블록체인, 디지털전환, 스마트에너지 발전이 더딘 이유와 해결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동준(연세대 부총장)=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회 저변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동의와 공감을 하기엔 디지털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큰 트렌드를 하나의 문화로 봐야하는데 하나의 기술로 다루면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족했던 자원을 성실한 근로자의 노동으로 메꿨는데 이게 사라진다고 하지 않나. 2023년 급격하게 노동의 위기가 주어지는데 그 부분을 일반시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국민에게 기술이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린 하나의 문화 요소로 봐달라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 대중화나 대국민 호소를 해야 한다.
◇이광형(KAIST 부총장)=말씀한 내용 공감한다. 복잡한 사안은 목적과 수단을 구분해야 한다. 목적과 방법, 수단을 혼동하기 때문에 방법이 잘 안 잡힌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우리가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시작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에서는 우리는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목적과 수단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에는 고객이 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회사의 임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는 것을 4차 산업혁명에서 해야 한다. 그것을 신속하게 만족시킬만한 수단이 기술이다. 지금은 AI·빅데이터 가지고 뭐 해야 하는지 혼란이 있다.
◇박천홍(한국기계연구원장)=제조업 디지털 전환의 주체가 누구냐는 부분부터 헷갈린다. 디지털 전환에서 플랫폼을 많이 얘기한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포털 기업이 맡아야 하는데 제조업 디지털 전환은 포털 기업이 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한다. 제조 라인을 아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
대기업 혼자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것은 회사의 스마트화지 플랫폼이 아니다. 대기업이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나 스마트공장의 고유 부분을 다 할 수 있나? 지금 같이 수직계열화면 가능하지만 플랫폼에 들어와서는 입·출력 값이 정해져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해야 한다. 산업기술 로드맵을 정부가 풀어서 큰 그림을 그려주면 중소기업이 자기 영역을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 혁신 주체가 돼서 플랫폼에 참여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디지털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학성(LS산전 사장)=AI나 블록체인은 하나의 수단이다. 새 기술이 나타나면 기존 세력과 충돌 때문에 합의를 이루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전환에 늦어지는 이유는 기업 입장에서는 새 물결이, 기존 분들은 나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최근 카카오가 몇 가지 실험하다 저항에 부딪힌 사례를 보면 그렇다. 이것을 잘 극복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우선 통과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사후 규제하는 것을 잘 추진 해줬으면 한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었지만 기업이 볼 때는 여전히 규제 장벽이 높다. 정부 중 누군가는 총괄을 해야 한다. 여러 부처를 다니면서 일일이 설명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단일화해서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백만기=혁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각 혁신 성장 주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 혁신적 파괴 핵심기술, 플랫폼화를 포함하는 융복합화, 규제개혁 관점에서 고견 부탁드린다. 아울러 혁신성장을 이끄는 혁신주체로서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 측면에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현실적인 방법론이 있을 것이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말해 달라.
◇민동준=사회 심리적 저항선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가 포인트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병원에서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의료정보는 디지털화 하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상정보 등을 디지털화하고, 익명화 하는 작업을 다시 거쳐야 한다. 성공 체험을 하지 않으면 모든 의료원에서 디지털화에 반대할 것이다. 성공 체험을 만들어야 한다.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대중화해 체험을 하지 않으면 모든 의료원에서 디지털화에 반대할 것이다. 반드시 성공 체험을 만들어야 한다.
◇박천홍=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20~30년 제조업 경쟁에서 계속 1등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브라운관에서 액정표시장치(LCD)로 가면서 TV 시장에서 톱이 됐다. 이와 같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일반 기업에서 하지 않는 고위험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출연연구소가 해야 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연연과 대학이 참여해 각 산업 미래 기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달라. 그러면 출연연이나 대학이나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정선(마크로젠 회장)=로마가 전성기에는 질서를 지키면서 변화를 수용했다. 나중에는 질서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졌다. 변화와 유지 균형을 갖춰가야 한다. 지금 사회가 엄청 바뀐다. 예전에 집단 사명감으로 했던 것을 지금은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의학도 개인의 시간을 어떻게 잘 관리할 지가 중요하다. 앞으로 의사는 도와주는 역할이다. 참여의학이다. 퇴임하기 전에 학생들에게도 '너희가 만나는 의학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엄청난 의학 혁명이 생기는 것에 대처해야 하는데 대처가 부족하다. 주체는 물론 회사가 돼야 한다. 대학도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예전에는 미국과 일본에서 하는 것을 따라했다. 지금은 교육을 대신할 창업을 해야 한다. 예전 같이 나와 있는 프로토콜이 없다. 완벽하게 해서 갈 수 없다. 이제는 스타트업 중심으로 잘 지원하고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박건수(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혁신의 주체는 기업이다. 새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연구소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대학은 추가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전체 섹터별 역할을 전제했을 때, 정부는 잘 조직화하고 각 섹터별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정부는 첫 번째 R&D라는 정부 수단을 통해 선제적으로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시장조사 측면에서 정부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새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표준 같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시장 조정, 기반 역할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정부 제도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 3가지 방향을 담은 것이 이번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이다.
◇백만기=개별 질문을 하겠다. 철강업계에서 AI, 블록체인을 이용한 산업기술 현황과 난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동준=제품에서 시장 수요까지 모두 연결해야만 진정한 AI가 된다. 당일 주문량이 포스코가 4만톤이다. AI화하면 당일 주문량을 5000톤까지 더 끌어낸다. 이것을 복원력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코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밑에 달려있는 밴더기업으로, 하청을 받아서 압연하고 설비를 공급하고 정비하는 기업이 못 따라오면 포스코는 할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관련 생태계와 기업이 모두 포함된 생태계숲을 만들어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전투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간 전투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경쟁해야 한다.
◇백만기=산업계에서 융복합 R&D를 봤을 때 중요한 점은?
◇이학성=체중계가 그냥 체중계가 아니다. 내 건강 지킴이로 바뀌었다. 여기도 저희 제품 많이 있지만 저희는 설비를 보호하는 차단기, 스위치가 주력인데 그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정보원이 돼서 에너지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주지 않으면 점점 우리 기기를 살 가능성이 낮다. 융복합 제조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틀이다.
제조업에 있어서 기업 R&D 역할이 무엇일까. 기술 개발은 아니다. 학교나 전문연구기관이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그 기술을 어떻게 솔루션, 서비스로 갈 것인지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지멘스는 10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했다. 디지털 공장도 제품도 해석이 99% 만족하면 된다. LS산전과 포스코도 운영기술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전환을 전 모델링에 반영하고 데이터를 반영해야 하는데 그 역량이 없다. 데이터가 쭉 연결되는 디지털 스레드가 돼야 한다. 우리는 블록마다 생산 데이터를 뽑지만 연관이 안 된다. 국가가 데이터 표준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창피한 것이 '생태계(에코시스템)'다.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을 과거에는 몰랐다. 스마트공장이 요구하는 정밀한 부품을 협력업체가 못 만든다. 협력업체가 우리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안 된다. 협력업체도 우리랑 같은 기술레벨로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걸리는 것은 자격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정면 배치된다. 우리가 열심히 키우는 업체는 수주를 100%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과도기 단계다.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협력 방법 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융합과 더불어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백만기=규제 샌드박스를 바라보는 긍정적 인식과 우려되는 점은?
◇서정선=저는 '바이오는 산업'이라고 얘기한다. 지금은 기술 단계는 아니다. 컴포넌트는 만들어졌고 산업을 경험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도 바이오 산업과 관련하여 산업부가 문제를 빨리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질병 관련 사항을 넣었다.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 그 사항에 대한 신중한 검토로 시간지연이 심하다. 이런 식으로 가서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겠나.
바이오헬스 산업은 한국이 많은 장점을 가진 미래 산업이다. 완전한 미국식 의료가 돼서 글로벌 의학혁명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의대에 좋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잘 유도해서 '의료산업'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마크로젠은 DNA 분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정보를 산업에서 쓰게 해서 의료비를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또 규제 샌드박스와 같이 정보를 사용하는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풀고 미래 의학을 주도해야 한다.
정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