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개편 연기…실망 큰 맥주업계 "조속시행" 촉구

주세법 개편 연기…실망 큰 맥주업계 "조속시행" 촉구

50년 만에 주세법 개편에 나선 정부가 발표를 연기했다. 법 개편 자체를 연기하거나 보류한 것은 아니지만 수제맥주협회를 비롯한 맥주업계는 지지부진한 종량세 전환에 우려의 시각을 표하고 있다.

7일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주세법 개편안 발표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내에서 업계 간에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일부 있어 이견 조율 및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3월 발표에서 이를 4월 말 또는 5월 초 발표로 연기했으나 다시 미룬 것이다.

개편안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조율하고 있지만 구체적 일정은 단언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으며 개편안 발표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현 단계에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작년부터 현행 종가세 방식을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현재는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가격(과세표준)'이 달라 국산보다 외국산 맥주의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돼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시장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의도다.

종가세는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종량세는 L당으로 세금을 매긴다. 이 과정에서 소주, 맥주 등 주종은 물론 같은 주종 내 업체 간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당국으로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몇몇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정부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종량세 개편시 소주와 생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발표 연기의 주요 원인이다.

김 실장은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 종량세 개편에 찬성하는데 맥주 업계 내에서도 일부 업체에선 일부 이견이 있다”며 “소주, 약주, 청주, 증류주, 과실주 쪽에는 제조, 유통, 판매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종량세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전 주종의 개편을 검토해왔지만 맥주만 우선적으로 개편한 뒤 단계적으로 주세법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안 및 17일 조세재정연구원의 관련 용역보고서 마감일 이후 나올 예정이다. 다만 가격 인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주세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발표가 연기된 것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크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이번 주세 개편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업체도 많아 사업에 악영향을 받을수 있다. 조속한 개편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