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BYD, 한국서 전기차 플랫폼·배터리 영업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중국 비야디(BYD)가 국내 중소기업 대상으로 전기차 플랫폼·배터리시스템 영업에 나섰다. BYD는 기존에 전기버스 등 완성차 사업에서 핵심 부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첫 해외 공략지로 한국을 택했다. 중국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내 전기차 기술 수준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비야디는 지난 2011년부터 선전시에서 선전시와 함께 수천대의 전기택시 사업을 운영중이다. 택시회사 직원이 BYD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중국 비야디는 지난 2011년부터 선전시에서 선전시와 함께 수천대의 전기택시 사업을 운영중이다. 택시회사 직원이 BYD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BYD는 최근 국내에 기업간거래(B2B) 영업팀을 신설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배터리시스템 등 핵심 부품 영업을 시작했다. BYD가 국내 총판을 두고 전기버스·전기트럭 등 상용차 판매를 해 왔지만 전기차 핵심 부품 사업에 뛰어든 건 처음이다.

BYD가 판매하는 대상은 승용(고속)·상용차 전용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셀, 배터리팩,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다. 구성된 배터리시스템과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통제장치(MCU), 변속기, 전원공급장치까지 포함됐다. 차량 디자인과 외관 설계를 추가하면 바로 완성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국내업체가 초소형 전기차 제작을 위해 중국에 찾아가 플랫폼을 들여온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아예 전기차 플랫폼을 들고 중국 업체가 직접 한국에 진출한 건 이례적이다.

가격 경쟁력과 중국 시장 검증을 마친 제품(부품·완성차)을 앞세운 BYD는 완성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집중 공략한다. 국내 전기차 산업이 중국 기술에 의존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환영과 거부감이 공존한다. 검증받은 플랫폼으로 전기차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결국 전기차까지 중국 기술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우리나라가 전기차 보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관련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이었는데 중국 플랫폼을 써야 할 수준밖에 안되느냐는 자조 섞인 시각도 있다. 전기차 업체 한 대표는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개발·제작이 단순하다. 잘 만들어진 플랫폼과 배터리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BYD 플랫폼은 충분히 검증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이 탐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BYD의 플랫폼 등 제품·기술 규격에 맞춰 전기차를 제작하면 지속적인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BYD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교수는 “BYD는 단순히 부품 영업뿐만 아니라 필요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기술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특정 부품이나 플랫폼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포함, 대응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에 전기차 회사를 설립한 BYD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24만8000대로 4년째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승용 전기차만 따지면 미국 테슬라(약 24만대)에 이어 2위지만 상용 전기차(트럭·버스)까지 합치면 세계 1위다. BYD는 전기차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력도 한국산보다 높다. 지난 1분기 4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3위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