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금통위원, 완화적 통화정책 필요성 시사..."저인플레이션 우려할 시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8일 “2012년 이후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타겟팅이 요구하는 통화정책보다 긴축 기조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위해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조동철 위원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통화당국이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양적완화 등으로 물가 기준을 유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조 위원은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대칭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불균형 누증을 해소하기 위해 긴축 통화정책을 운용하면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금융불균형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을 의미한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부동산 가격 급등에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저인플레이션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상도 지적했다. 그는 “저인플레이션은 금융 위기에 어깨를 견줄 만큼 중요하다”며 “일반 여론은 낮은 물가를 선호하기 때문에 2012년 이후 긴축 통화정책으로 실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하회했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개월째 0%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현 상황을 '준디플레이션'이라고 정의했다.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고용 임금이 감소해 투자와 소비 심리에 부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이 물가 안정 목표(2%)를 제시한 것도 디플레이션을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노선 0%대에서 2%포인트(P) 수준의 거리를 두면 예상치 못한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실제 물가상승률과 물가 안정 목표치와의 간극을 기반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하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하반기에야 1% 중반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란 전망에 따라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가장 잘 대처한 사례로는 2008년 말 금리인하를 들었다. 환율 급증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낮춰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안정은 우리 경제가 축소 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정책방향”이라며 “우리도 장기간 목표 수준을 큰 폭으로 하회하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통화위원으로서 3년째를 맞은 조동철 위원은 “날씬한 매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마지막 간담회에의 소회를 드러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조동철 위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됐다.

지난해 간담회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주제로 발표했을 만큼,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역할을 강조해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