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제3발행어음 인가 증선위 문턱 넘어...한투 징계안은 추가 논의키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이 21개월 만에 증권선물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KB증권은 금융위원회 의결 등 최종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은 제3호 발행어음 사업자의 등장으로 연내 10조원이 넘는 발행어음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증선위는 8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약 7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KB증권의 단기금융업무 인가 신청을 승인했다. 증선위는 최대주주의 대표자에 대한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가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상 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됐으나 서울고검의 기각 등을 감안해 심사중단 사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증선위는 서울고검 기각 처분에 불복해 재항고가 제기된 사실을 고려해 금융위 정례회의 상정 이전 KB증권 측의 비상대비 계획 수립 여부를 감안해 인가 승인 여부를 최종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최준우 상임위원, 3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임위원 등 총 5명이 전부 참여한 뒤 열린 첫 회의다.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치면 KB증권은 2017년 7월 인가를 신청한지 21개월만에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할 수 있게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자기자본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KB증권은 일찌감치 발행어음 상품 개발을 마쳤다. 앞서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과 금리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그룹 계열사를 통한 안정적 영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 최종 의결이 남은 만큼 현재로서는 세부 계획을 밝히기엔 부담이 있다”면서 “금리로 경쟁하기보다는 은행·증권 복합점포 등 영업망을 통해 안정적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나서면 시장 규모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4조2000억원, 1조8000억원의 발행어음 잔고를 기록해 전체 잔고는 6조원을 찍었다.

지난해 7월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한 NH투자증권이 5개월만에 2조원에 가까운 잔고를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시장 규모는 10조원 수준을 쉽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신한금융투자까지 발행어음 사업에 나서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하면 초대형 IB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남게된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조사,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어 당분간은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증선위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 대출 혐의 징계 조치안은 추가 논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위원들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이 조치 연기의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