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ICT 등 미래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융합 기술을 통한 혁신이 관건이다. 기술 융복합은 자동차의 전장화에 따라 기술 혁신의 무게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장화율이 높은 고급 승용차에는 전자제어장치 100여개가 탑재된다. 반도체 적용도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 한 대 당 기존 내연차량의 두 배 가까운 1000여개의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다. 이런 전장화 플랫폼의 확장을 기반으로 서로 상이한 기술 분야가 한데 묶이면서 신기술로 재탄생하게 된다.
융복합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성능을 차별화하고 고객서비스와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샤시부품(현가·제동·조향)과 ICT 부품의 융합, 첨단자율주행센서와 램프 부품, 생체인식 센서와 스마트키 등의 융합 등이 있다.
최근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프리뷰 에어서스펜션'도 기존 내비게이션 정보를 노면 충격을 완화하는 현가장치와 연결해 혁신 기술로 재탄생시킨 사례다. 이 기술은 전방 도로와 교통정보를 예측해 탑승객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교통안전도 확보해 준다.
프리뷰 에어서스펜션은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를 통해 목표 지점으로부터 평균 500m 전부터 작동을 시작한다. 전방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다는 내비 정보가 나오면 차량 스스로 서서히 차체를 낮추고 서스펜션 모드도 부드럽게 해 승차감도 좋게 하는 방식이다. 스쿨존에서 차고를 낮추는 이유는 안전을 위한 시야 확보 차원이다. SUV나 버스, 트럭 등 일반적으로 차고가 높은 차량들의 차체를 낮춰주면 그만큼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SUV의 경우 최대 10㎝까지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인천대교처럼 바람이 심하게 부는 다리를 건널 때 차고가 내려가면 안정적인 주행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철길 건널목이나 과속방지턱에서는 차고를 높여 노면으로부터 차체가 받는 진동과 충격을 감소시켜 준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독자 카메라 기술이 확보되면 에어서스펜션과 연동해 훨씬 정교한 예측 제어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하반기 세계 최초로 첨단운전자지원기술(ADAS)과 연계한 지능형 헤드램프(앞차 눈부심 방지 기능)를 개발한 것도 기술 융합 사례다. 기존 지능형 헤드램프와 차별화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의 차로 정보와 조향각 센서, 후측방 레이더 기술 등을 연동시켰다.
이를 통해 기존 지능형 헤드램프가 대응하기 힘들었던 영역, 즉 빠르게 커브길을 돌아가는 차량이나 뒤에서 추월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빛을 조절해 눈부심을 방지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중국형 싼타페 '셩다'에 적용한 생체 인식 스마트키도 마찬가지다. 지문 인증 스마트키는 차량 시스템에 운전자 지문을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문이 차량에 암호화된 상태로 등록되면 별도의 스마트키가 없어도 운전석 손잡이와 시동 버튼에 지문만 갖다 대면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여러 명의 지문을 등록해 사용 가능하며, 사람의 고유한 생체정보인 지문을 암호화해 식별하기 때문에 위·변조 등의 우려가 없다. 현대모비스는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인 NFC와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키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최근 출시된 신형 쏘나타에 적용했다. 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키를 통합한 디지털키다. NFC는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기술로 10㎝ 이내 거리에서 단말기 간 양방향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