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는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아 차량을 계약하고 출고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달에는 수입차 판매 4위에 오르며 달라진 브랜드 가치를 입증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북유럽 특유의 제품 철학에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밑바탕이 됐다.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 제품 라인업 구성도 한몫했다.
이번 시승 차량은 볼보 역사상 가장 럭셔리한 자동차로 평가받는 'XC90 엑설런스'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적용한 XC90 T8 라인업 최상위 트림으로 가격이 1억3780만원에 달한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 바늘이 움직이지만 어떤 작동음도 들리지 않는다. 출발 시 전기 모드가 작동해 마치 전기차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엑설런스는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사용하는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PHEV 모델이다.
파워트레인은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설정이다. 최고출력이 405마력(가솔린 엔진 318마력+모터 87마력)에 달한다. 고성능 SUV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도 배기량 대비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가솔린 엔진으로 엔진 회전수 2200~5000rpm 구간에서 40.8㎏·m, 전기 모터로는 24.5㎏·m를 발휘한다.
이 차는 트윈 엔진 기술을 적용했다. 가솔린 엔진이 전륜을 구동하고, 전기 모터가 후륜을 구동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기술이다. 고압 리튬이온 배터리가 터널 모양 콘솔 안에 위치해 안전성을 높이고, 중량을 분산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거침없이 속도를 높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은 5.9초에 불과하다. 단단한 하체에 정확한 핸들링 감각으로 SUV지만 고성능차 특유의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러운 변속 반응을 보인다.
PHEV 시스템이 주행 성능에 집중하다보니 저속에서 전기 모드 사용이 제한적인 부분은 아쉬웠다. 속도를 조금만 높이면 바로 엔진이 개입했다. 다만 순수 전기차 모드인 퓨어 모드를 선택하면 전기로만 최대 24㎞까지 달릴 수 있다.
승차감은 SUV보다 고급 세단에 가까운 부드러운 설정이다. 기존 스프링과 쇽업쇼버로 구성된 서스펜션 대신 에어 서스펜션를 장착한 덕분이다. 차량 내 탑승 인원 수나 적재량과 상관없이 일정한 승차감을 유지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기능미가 돋보이는 우아함이 돋보인다. 천연 나무로 제작한 우드 트림으로 장식한 실내 공간은 자연을 닮은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다. 태블릿 PC를 옮겨놓은 듯한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버튼을 최소화하면서 세련미까지 극대화한다. 스마트폰 화면 전환 방식을 그대로 채택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터치스크린 방식은 적외선 방식으로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최고급 소가죽인 나파 가죽을 적용한 시트는 부드럽고 편안했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에서는 마사지 기능도 즐길 수 있다.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기능을 포함한 좌석별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춰 어디에 앉아도 개별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대형 파노라믹 선루프는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뒷좌석에 앉으면 리무진에 타고 있는 듯하다. 2열 좌우 좌석을 1열처럼 독립식으로 배치했고, 개별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엑설런스 모델에만 적용한 크리스털 기어 레버와 와인잔은 250년 역사를 지닌 스웨덴 명품 유리 제조사 오레포스 작품이다.
차량 외관은 기존 XC9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XC90은 간결한 미학으로 대변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코드를 기존 볼보 모델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볼보가 강조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 요소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이드 미러는 A필러가 아닌 도어에 장착해 운전자 좌우측방 시야 확보가 쉬워졌다. 수직으로 설계한 프런트 노즈(그릴과 범퍼 앞부분 총칭)는 전면 충돌 시 보행자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충격을 최소화한다.
T자형 헤드램프와 아이언 마크를 적용한 세로 모양 그릴은 새 볼보의 디자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풀-LED 헤드램프는 강인한 전면부 인상을 완성한다.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커다란 21인치 휠과 타이어는 XC90 엑설런스만의 차별점이다.
이날 도심 위주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9㎞/ℓ 수준을 기록했다. 공인 복합 연비는 가솔린 엔진 기준 9.5㎞/ℓ(도심 8.8㎞/ℓ·고속도로 10.5㎞/ℓ)이다. 2375㎏에 달하는 차체 중량과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치였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