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와 노동조합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6월 첫 상견례 이후 10개월째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27차례 교섭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62차례(250시간) 부분파업이 발생하면서 2806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SM6, QM6 등 신차 출시로 한때 98%에 이르던 부산공장 가동률도 50%대가 무너지기 직전에 놓였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니 판매량은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르노삼성차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2만2812대를 판매했다. 국산차 가운데에서는 최하위다. 수입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2만392대)와도 격차가 크지 않다. 같은 기간 해외 판매량도 3만1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줄었다. 최근 닛산이 올해 로그 생산 물량을 약 20%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계약이 끝나는 9월까지 생산·판매의 지속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10월부터다.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그는 현재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해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녹록하지만도 않다.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 가동률, 효율성 등을 이유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해외 물량을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차질, 차기 생산 물량 확보 실패, 판매 저하 등은 이미 드러난 문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신뢰) 하락, 판매 절벽 등 노사 분규가 끝나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특히 르노삼성차가 두려워하는 것은 소비자 마음이 돌아서는 것이다. 과거 1000명이 넘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리바이벌 플랜'의 가장 큰 원인 역시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해 판매가 급감한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리바이벌 플랜 이후 많은 희생을 했다.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2015~2017년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르노삼성차는 빠른 경영 정상화가 가능했다. 노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지엠 사태에서 봤듯 노사는 공존(共存)하지 못하면 공멸(共滅)하게 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