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요금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처음 내놨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수록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13일 한전 산하 한국전력경영연구원은 '주요국 전기요금 구조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스·신재생에너지 전원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요금이 상승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h당 125.1원으로, 독일·프랑스·스페인·영국·이탈리아·미국·일본 등 주요 7개국 평균 전기요금(1㎾h·263원)의 4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평균(1㎾h·259.7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국가는 독일로, ㎾h당 389.2원이었다. 스페인·이탈리아·영국이 각각 285.8원, 269.2원, 263.3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기요금이 비싼 상위 4개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가별로는 △독일 32.6% △스페인 39.7% △이탈리아 39.0% △영국 26.8% 비중이었다. 프랑스·미국·독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를 밑돌았고, 한국은 3.8%로 가장 낮았다. 반면에 우리나라 석탄·원전 발전 비중은 총 70%를 상회하며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구조에서 발전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75.3%로, 주요 7개국의 평균 40.6%보다 높게 나타났다. 에너지 믹스가 국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는 것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더욱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35%로 높인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연료비 부담이 없고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자칫 막대한 전기요금 상승 결과를 초래,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는 발전비용·부담금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면서 “재생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한 부담금은 지속 확대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부담금은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종 전력소비자 전기요금에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재생에너지 부담금 비중은 2012년 약 6%에서 2017년 14%로 증가했고, 일본은 발전차액제(FIT) 제도 운영을 위한 부담금 비중이 전기요금에 약 13.4% 반영됐다. 미국은 2015년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제도(RPS) 이행 비용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30억달러로 집계, 일부가 전기요금에 포함됐다.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발전차액제(FIT)를 운영하는 국가는 최종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이 급증, 국민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발전 공기업 6개사가 20년 동안 고정 가격으로 의무 구매하는 '한국형 FIT'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한전이 자율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주요 국가의 전기요금 구조를 비교·분석하는 보고서이기 때문에 국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표] 국가별 전기요금 구조 / 자료=EU에너지규제기관협력청(ACER),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PUC), 일본 경제산업성, 한전경영연구원
[표] 전원별 발전량 비중 / 자료=IEA Electricity Information 2018, 한전경영연구원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