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구 SBA 교육지원팀장
지난해 한국인사조직학회 출간으로 화제가 된 ‘사회가치경영(SVM)’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3.0’이라 불린다. 이는 단순히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CSR 1.0이나 기업의 본업과 사회공헌을 연계시킨 CSR 2.0과 달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모델’로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완전히 융합된 형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사회가치경영(SVM)’은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슈화된 ‘기업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과 함께, 2016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촉발된 기술의 발전과 미래의 변화에 관한 관심과도 맞물려있다.
현재 기업과 개인들은 모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로 대변되는 미래에서의 불안한 운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기술을 가진 극소수의 플랫폼 기업과 인공지능 로봇만이 유토피아에 살아남고, 나머지 기업과 개인들은 디스토피아의 나락을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단순반복적인 일은 로봇들에게 맡기고, 인간들은 그 로봇들이 만든 결과물을 융합해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즉 로봇과의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한 인간만의 통찰과 융합 능력이 생존의 핵심역량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요즘 교육현장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융합기술(STEAM) 교육이 바로 이와 같은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STEAM은 종래의 과학기술(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ematics, STEM)에 예술(Art, A)을 더한 것이다.
이는 인간에게 활동배경이 되는 '자연'에 대한 보호와, 삶을 성장시켜주는 ‘사회’,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줄 ‘예술’에 대한 보호와 공헌의 의무를 담은 것으로, STEM이 더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을 넘어 인간의 본성 또는 영혼을 이해하고 물질 외적인 세상까지 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다양하게 맞닿아있는 이 시기에는 기업도 예술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예술가치경영(AVM)’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견주어 ‘기업의 예술적 책임(CAR)’이라는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CAR 1.0은 기업이 예술계의 문제해결을 위해 경제지원을 수행하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메세나 활동이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두드러지며, 현대에는 기업의 공식적 예술후원사업으로 펼쳐진다.
국내에도 삼성전자 등 232개사가 메세나협회 회원으로서 사회공헌을 펼치는 가운데,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성격과 함께 기업 홍보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어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단절은 분명한 상태다.
CAR 2.0은 기업의 본업과 예술계의 문제해결 지원을 연계시켜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일부 연결된 상태다. K뷰티 선두주자 S사는 제품의 포장에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활용, 감성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 선호도를 높이며 상장에 성공했다. G사는 ‘1인 1악기’를 통해 임직원들의 예술기량 함양을 지원하고, 악기 구입 및 레슨 지원을 통해 예술인들에게 수익과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예술공연 관람 등을 통해 경영과 예술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며 상장에 성공했다. 이들 모두 예술을 활용하여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연결했다.
CAR 3.0은 기업이 ‘예술계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모델’을 통해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와 완전히 연결 및 융합된 상태다. 이는 음원유통 플랫폼인 아이튠즈를 운영중인 애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수익창출 잠재력을 확인한 예술인들은 더 많은 양질의 음원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양질의 음악 구매를 위해 더 많이 방문함으로써 네트워크 극대화와 함께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완전히 연결 및 융합된 모습을 보인다.
세계 최초로 MP3를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AVM을 적용하지 못해 운명이 바뀐 한국의 기업들에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처럼 AVM은 기업의 사업모델을 통해 수익과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경영을 예술계의 본격적 관심사로 전환시켰다. 아이튠즈를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등극한 애플은 물론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AVM에 집중하는 것은 이러한 잠재력 때문이다. 예술가들에게 수익과 일자리를 제공하면, 예술가들은 양질의 창작물을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높여준다. 문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기’다. 이제 AVM을 적용하지 않는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당장 생존조차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점심도 독불장군도 없다.
모든 기업이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처럼 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AVM을 활용할 수는 있다. L전자나 S화장품처럼 예술가의 창작물을 제품 또는 서비스에 적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는 P철강이나 H생명처럼 예술가의 창작물을 활용, ‘기업 또는 브랜드의 예술적 정체성(CAI/BAI)’을 어필할 수도 있다. 로봇이 주도할 미래, 예술가치경영(AVM)이 기업의 운명을 바꿀 핵심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