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배심원들' vs. '어린 의뢰인' 공통점과 차별점은?

영화 '배심원들'과 '어린 의뢰인'은 실화에 기반을 둔 법정 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법의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톱A급 배우 없이 이야기 자체의 힘과 실력파 연기자로 승부를 던진 영화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두 영화 흥행 여부에 따라 한국영화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배심원들 스틸사진.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배심원들 스틸사진.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 첫 국민참여재판, 칠곡 아동학대 사건! 실화가 주는 감동

'배심원들'은 2008년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모티브로 했다. 증거·증언·자백이 모두 확실한 살해사건 용의자가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원칙적으로 재판을 끌고 가려는 재판장과 생애 처음 재판참여를 잘해내고자 문제 제기를 거듭하는 8인의 배심원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 의뢰인'은 2013년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7살 친동생을 죽였다는 10살 소녀의 자백을 듣고 그녀를 도우려는 변호사와 진실을 감추는 엄마, 자신을 돕겠다는 어른들을 의심하는 소녀 등의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재판을 다루며 우리 모두에게 긴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두 영화 모두 지난 이야기를 다루지만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정말로 억울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한 번은 있다. 살인죄의 누명까지는 아닐지라도 진짜 억울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억울한 상황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배심원들'과 '어린 의뢰인'을 보면서 관객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법정 드라마

두 영화 모두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법정 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벌일 수도 없는, 법의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사람이 주인공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과 장애를 가진 아들, 미성년이기 때문에 의사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어린 아이가 법 앞에 섰을 때 어떻게 할 수밖에 없는지 두 영화는 보여준다.

법 앞에서 자신의 결벽이나 억울함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서, 관객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분노로부터 시작한 관객의 감정은 아픔과 슬픔을 거쳐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이어진 후, 마지막에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된다.

영화 배심원들 스틸사진.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배심원들 스틸사진.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 톱A급 배우 없이 이야기 자체의 힘과 실력파 연기자로 승부수를 던진 영화

두 영화는 톱A급 배우는 없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로 구성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배심원들'은 섬세한 목소리 연기를 펼치는 문소리(재판관 김준겸 역)와 복합적인 감정 표현을 자연스러운 호흡 속에서 소화하는 박형식(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비롯해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 배심원 역을 맡은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어린 의뢰인'은 배역의 캐릭터에 맞게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를 펼치는 이동휘(정엽 역)를 비롯해 “연기였지만 나조차 내가 싫었다”라고 밝힌 유선(지숙 역)의 실감 나는 연기가 호평을 받는 작품으로, 아역 배우 최명빈(다빈 역)과 이주원(민준 역)의 연기도 기대된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심원들'과 '어린 의뢰인' 흥행 여부는 스토리텔링이라는 한국 영화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를 선택할 때 예비 관객이 묻는 질문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영화 재미있나'이고, 그 다음에 '누가 나오나'를 물은 후 '감독이 누군지, 만들었는지'를 묻는다. 첫 번째 질문이 영화 자체의 재미이고 두 번째 질문이 출연하는 배우인데, 최근 우리나라 영화 제작진은 한동안 두 번째 질문에만 초점을 맞췄다.

톱A급 배우의 출연에도 흥행에 실패한 한국 영화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이제 영화 자체가 가진 이야기의 힘에 집중할 것인지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 자체의 힘은 '극한직업'이 먼저 보여줬는데, 한 번의 예외가 될 것인지 트렌드를 형성할 것인지는 '배심원들'과 '어린 의뢰인'에 대한 관객의 호응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