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내면세점 6곳 신규 특허 발급 결정으로 면세점 업계는 과열경쟁을 걱정하며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신규 매장이 필요하지만 '따이궁(보따리상)'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정부와 면세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4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5개 더 추가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다. 시내면세점이 없는 충남에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1개 특허 발급이 가능하다.
대기업 면세점의 경우 지역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증가했을 때 신규 특허를 낼 수 있다. 관세청은 위원회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낸 후 11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1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4년 전 2015년(6개)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같은 결정은 갤러리아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 한화가 사업권을 포기하고 시장을 떠나는 마당에 이뤄진 일로 업계는 당혹 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허권 추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 수가 예상보다 수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권을 반납한 업체 특허와 1개 사업자를 더해 최대 2개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수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경쟁 심화로 대기업 마저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에 과도한 특허 발급은 과당 경쟁과 출혈경쟁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면세 사업자들은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일단 “사업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면세시장 분위가 과거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승자의 저주'로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와 신규 사업자 진출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현대백화점그룹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경쟁 업체들의 과점 체제를 깨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는 신촌 현대백화점과 2020년 문을 여는 여의도 현대백화점(파크원 빌딩) 등이 유력하다. 롯데가 추가 출점에 나설 경우 동대문이 유력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특허사업이지만 사실상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고 못 버티는 업체는 퇴출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신규 특허 획득을 둘러싼 눈치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