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판매할 차량이 없어요.” “정확한 신차 판매 시점을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수입차 업계가 신차 재고 물량 부족과 인증 지연 영향으로 올해 들어 넉 달째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2016년 이후 3년 만에 수입차 시장이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7만38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6% 감소했다. 업계 1위 벤츠는 지난해 2만8982대에서 올해 2만392대로 29.6% 줄었고, 2위 BMW도 2만5150대에서 1만1291대로 55.1% 급감했다. 예년보다 물량 수급이 원활했던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다수 브랜드 판매가 감소세다.
판매 감소폭이 가장 큰 브랜드는 재규어(-64.7%)와 폭스바겐(-61.6%)이다. 재규어는 지난해 1692대에서 올해 597대로 1100여대가 감소했고, 폭스바겐도 800여대 가까이 줄었다. 토요타(-34.3%)와 푸조(-30.1%), 닛산(-22.9), 포드(-22.4%), 랜드로버(-17.5%) 등도 줄줄이 하락세다.
브랜드별 사정은 다르지만 일부 인기 차종 쏠림 현상으로 인한 재고 물량 부족과 신차 인증 지연이 판매 하락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잘 팔리는 일부 신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아 국내에 배정된 공급 물량이 크게 부족한 데다 최근 신차 인증 제도까지 깐깐해지면서 회사 관계자조차 정확한 출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수입차 시장에 해마다 수많은 신차가 나오지만 고객 선호도가 높은 모델은 일부 차종에 한정된다. 아무리 국내에서 인기가 좋더라도 본사에서도 특정 국가에만 신차 물량을 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인기 차종은 출고 기간이 수개월까지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신차에 대한 일부 인증 기준이 강화된 것도 판매가 감소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서 시행 중인 신차 배출가스 측정 기준 강화 여파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배출가스와 연료 효율 측정 기준을 유럽과 동일한 수준의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으로 변경하면서 일반적으로 한 달 내 마무리됐던 인증 기간이 최장 서너 달까지 길어졌다. 인증이 늦춰지면서 실제 판매 시점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부 인기 차종 물량 부족과 인증 지연 현상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올해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 실적 역시 안정적 물량 확보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