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 사이의 ‘음식배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배민은 17일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도 의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사에 쿠팡 영업사원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민이 제기하는 쿠팡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쿠팡이 자사의 가맹점에 영업하면서 “배민과 거래를 끊고 쿠팡과 거래하면 매출을 보장해주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불공정거래라는 것이다. 둘째는 쿠팡이 이 제안을 배민 매출 상위 50개 가맹점에 했는데 이 자료가 내부 정보를 훔쳐낸 것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얘기다.
쿠팡은 강하게 부인한다. 우선 불공정거래는 말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공정위는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자 하므로 쿠팡처럼 시장점유율이 없는 신규 진입자는 불공정거래 공정위의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민은 음식배달 시장점유율 60%가 넘는 1위 사업자다. 두 번째 의혹에 대해서는 “배민이 앱에서 공개하고 있는 주문 건수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인데 이는 통상적인 시장조사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양 측의 상반되는 주장은 결국 배민이 공언한 대로 공정위와 경찰에 신고할 경우 결론이 밝혀질 일이다. 다만 정황은 애매한 점이 있다.
우선 배민이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직원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다. 통념에 비춰 봐도 영업사원의 대화를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 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내부 정보 유출 또한 누워서 침 뱉기처럼 보인다. 결국 배민 측이 중요한 영업기밀이라고 주장하는 내부 정보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한 회사라는 얘기밖에 더 되는가.
왜 배민은 무리한 해석과 스스로의 무능을 내보이면서까지 쿠팡을 비난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지금 배민은 음식배달 시장의 절대 강자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민은 이 자리에 올라올 때까지 숱한 음식배달 사업의 경쟁자들과 마케팅 전쟁을 벌여 왔다. 그리고 2016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매년 영업이익이 크게 늘고 있다.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장을 지배하자 안정적 이익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논란도 함께 늘었다. 과도한 광고비가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얘기가 쏟아졌고, 배달비 논란도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음식배달 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다시 한번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바뀔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언제나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 경쟁을 싫어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배민의 견제가 이상하게 보이는 이유다.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