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전략'에도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업계가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규제로 인해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업체에 가격 경쟁력까지 밀리면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송 정책을 강화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불황의 터널은 길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1분기 매출 4조5853억원, 영업이익 7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4조1064억원)은 1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535억원)은 51%나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697억원으로 44% 감소했다. 따뜻한 겨울 등 계절적 요인에 더해 온라인 채널과 역마진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핵심 사업부인 대형마트 실적이 29.5% 급감이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기존점 매출도 1.8% 역신장했다. 온라인 부문에서 e커머스 업체와 경쟁을 위한 과도한 마케팅으로 판촉비가 증가해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다. 온라인 부문 1분기 순매출과 영업적자는 각각 1765억원, 10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마트 할인점은 올초부터 공격적인 판촉행사를 진행했음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가격 프로젝트로' 주요 제품들을 초저가로 판매하는 행사를 벌였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59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9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2.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지만 국내 기존 매장만 분리할 경우 부진했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1분기 국내 점포 판관비를 121억원 줄이면서 영업이익(90억원)이 48.9% 증가했다. 비효율 광고를 축소하고 비효율 점포 구조조정에 주력한 덕이다. 매출액도 1.5% 소폭 증가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판관비 절감분을 제외하면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률은 1%대로 떨어진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해외 사업 성장세는 고무적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해외 점포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6.7% 늘어난 100억원으로 국내 실적을 앞질렀다. 중국 사업 철수 이후 해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롯데마트의 시도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2분기에도 대형마트들이 실적 향상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일단 초저가 전략을 기존대로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적 반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속된 할인 정책으로 마케팅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 대형마트는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유통업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서 편의점과 SSM, 백화점 매출이 상승한 가운데 대형마트만 3.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을 7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