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실태 파악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인건비 부담이 커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서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 파악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 내 중소제조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 4개 업종별 20개 안팎 사업체 대상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고용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수행했다.
실태 파악에 참여한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소매업 실태와 관련해 “다수 기업에서 고용 감소가 발견되고 있다”면서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거나 손님이 적은 시간대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도소매업은 경기 전반의 하강, 온라인 상거래와 대형 도·소매점 증가 등으로 경영 상황 전반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 특성상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높은 시급 인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도·소매업 다수 기업에서 고용이 감소했다. 고용과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노동량 변동 대응으로 손님이 적은 시간대 영업을 단축하거나 사업주 본인 및 가족 노동 확대 경향도 나타났다.
음식·숙박업은 대부분 사례 기업에서 고용이나 근로시간 둘 가운데 하나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감소 기업과 근로시간 감소 기업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으며, 두 가지 모두 감소한 기업도 상당수 존재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본인이나 가족 노동을 확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음식업은 손님이 적은 시간대 영업을 없애는 방식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경향도 있었다.
공단 내 중소제조업은 일부 사례에서 고용 감소가 발견됐지만 고용보다는 근로시간 감축이 더 많았다. 노 교수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근로자가 꽤 많이 있어서 최저임금 영향은 적은 편”이라면서 “고용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더 많았다”고 진단했다. 숙련 근로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고용보다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원청 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공유하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원자재 비용이 증가하는 기업이 많은 가운데 영세기업이 최저임금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고용 부진에 대한 정책적 과오를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본격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 등 일부 업종의 고용 감소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관한 조사 결과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고 자료로 제출된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