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생 연구자 처우 개선에 나선다. 인건비 규모를 늘리고 지급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다양한 재원을 합쳐 안정적 인건비를 조성하고 인건비 공동관리 주체를 교수에서 학과로 전환하는 그림이다.
쟁점도 있다. 부처 칸막이가 확실한 예산을 한 곳으로 모으는데 이견이 따른다. 목적이 다른 예산을 보편성 기반 장학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대학 인건비 '규모, 관리주체' 바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대학 연구인력 권익 강화, 연구 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행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대학에 안정적 생활자금 역할을 하는 '학생 맞춤형 장려금 포트폴리오(스타이펜드)'를 도입한다. 인건비 풀링제, 'BK플러스(교육부 지원사업)'를 도입한 학교가 주요 대상이다. 제도 운영방안은 대학이 설계하고, 구체적 재원 설계와 운영은 단과대학, 학과가 맡는다. 대학이 제도를 지속 운용할 수 있도록 스타이펜드 지원을 입시요강 또는 입학통지서에서 제시하게 할 방침이다.
재원은 정부R&D 학생 인건비, 민간R&D 인건비, 조교수당, 장학금 등을 활용해 매월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재원 50~60% 정도는 학생에게 균등배분하고 나머지는 연구참여정도 등에 따라 차등배분하도록 설계했다. 과기정통부는 장기간 학습, 훈련을 반복하는 이공계 연구 특성을 감안하면 도입이 시급하지만 속도 조절을 한다.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기원에 도입한 뒤 개선 개선 사항 등을 지속 발굴한다. 교육부, 대학, 학생연구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R&D 규모가 큰 주요대학 등으로 확대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인건비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 연구자 인건비는 주로 국가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 대다수 대학이 교수가 R&D 과제를 수주한 뒤 인건비를 계상해서 '풀링' 계좌에 넣어 관리한다.
인건비 풀링제는 교수가 수행한 다양한 과제서 인건비를 떼어 하나의 계좌로 공동관리하는 방식이다. 현 구조는 과제 규모나 수에 따라 인건비 변동이 심하고, 교수나 학생의 인건비 계상 관련 행정 부담 또한 크다. 과제 종료 이후에도 남은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는데도 연구 현장에선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교수, 학생 간 갑을 관계가 만들어지는 이유로도 지목된다.
스타이펜드를 도입하려면 인건비 재원 증가분을 확충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R&D 직접 비용에서 인건비, BK플러스 등 대학재정사업 예산 등 재원을 하나로 묶어 대학 학과가 일괄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학생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우고 교수가 아닌 학과가 이를 지급해 교수 행정부담도 줄인다는 복안이다.
◇재원 마련이 관건
대학 인건비 개선 관련 주요 과제는 스타이펜드 운용 재원 확충이다. 정부 R&D 예산 가운데 학생 연구자 인건비는 2017년 기준 4275억원이다. 이 가운데 출연연, 4대 과기원을 제외한 순수 대학생 연구자 인건비는 2838억원 정도다. 연구자 월평균 인건비는 박사급 120만원, 석사과정 100만원, 학사과정은 30만원 수준이다. 이 또한 참여개월 기준으로 연중 일정하게 받는다고 볼 순 없다. 참여율 100% 기준 인건비인 250만원, 180만원, 100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R&D 예산 증가로 말미암아 재원 마련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될 것으로 봤다. 정부 계획에 따라 기초연구 예산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예산으로는 지난해 대비 4500억원 늘어난 1조7100억원을 편성했고, 2022년까지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BK플러스 등 대학 재정지원 사업 예산으로 충당하기 위해 최근 교육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부처는 물론 대학에서도 이견이 있다. 기초연구 분야 등 외부 과제 수주가 어려운 이공계 학생 처우 개선 취지엔 공감하지만 재원 운용 방안 등을 놓고 시선차가 존재한다.
과기정통부 계획은 국가 R&D 직접비 가운데 인건비와 대학재정사업 중 인건비를 모두 인건비 풀링 대상으로 보고 공동 운영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BK플러스 사업을 연구 등 특수목적 지원 사업으로 운영한다.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도 참여율 등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생활비 성격이 짙은 스타이펜드 재원으로 묶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견이 따를 수밖에 없다.
스타이펜드 도입 주체인 대학 설득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현재 과기부 계획에 따르면 과제 수주가 왕성한 교수가 유치한 인건비가 그렇지 못한 학과 학생 인건비로도 들어갈 수 있다. 교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과제 수주가 많지 않은 연구자의 동기를 부여하고 경쟁을 유발한다는 기대도 교수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대학 교수는 “KAIST처럼 과제 수주가 활발하고 학생 등록금이 없는 상황이라면 스타이펜드 도입이 쉬울 수 있지만 일반 대학은 교수, 학과별로 인건비 재원 부담이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재원을 국가 재원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을지, 교수 학과별 차이에 따른 내부 반발을 잠재울 대안책을 마련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교육부, 대학과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면서 “향후 제도 보완책 등을 지속 제시하면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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