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개발자가 2년간 '나무'를 연구한 이유는...LG 오브제 상품개발팀

(왼쪽부터) LG전자 H&A융복합상품기획팀 현원동 선임, 남형두 선임
(왼쪽부터) LG전자 H&A융복합상품기획팀 현원동 선임, 남형두 선임

LG전자 개발진이 2년 동안 '나무' 특성, 가공, 패턴 색상을 연구해 탄생한 제품이 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가구형 가전 'LG 오브제'다. 방안 가구와 가장 조화를 잘 이루는 소재가 나무라는 점을 착안, 가전에 적용했다.

사진=LG전자
사진=LG전자

LG 오브제 상품 개발진 2인은 제품 탄생 비화를 들려주며 오브제 특징을 강조했다. LG 오브제는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오디오, TV 4종류로 출시됐다.

남형두 LG전자 H&A사업본부 H&A융복합상품기획팀 선임은 “가구 안에 가전을 넣는 수준을 뛰어 넘어 둘 사이 유기적인 결합을 위해 소재 선정과 연구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면서 “LG 오브제는 튀지 않고 기존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나무라는 소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개발진은 북미, 유럽, 아프리카 3개 대륙에서 자라는 20여 종이 넘는 무늬목과 원목을 면밀히 분석했다. 결국 애쉬원목(물푸레나무)을 택했다. 애쉬원목은 물성이 단단하고 강직하다. 무늬결 패턴이 강하게 드러난다.

현원동 H&A사업본부 H&A융복합상품기획팀 선임은 “미국 하드우드 목재협회 기준 최고 등급을 받은 북미산 최고급 애쉬원목과 슈퍼카에 사용하는 리얼 알루미늄처럼 최고급 소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중 최대 난제는 원목 고유 특징인 수축과 팽창 문제를 잡는 것이었다. 수십년을 써도 모양이 변함없는 원목 가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LG 오브제 가습 공기청정기
 사진=LG전자
] LG 오브제 가습 공기청정기 사진=LG전자

남형두 선임은 “수많은 실험을 반복한 끝에 수분을 최소화하는 탄화공법과 집성 공법으로 변형 문제를 극복했다”면서 “뒤틀림을 검증하기 위해 목재를 일주일 내내 오븐에 구워 연구소가 나무 굽는 냄새로 진동했다”고 말했다.

개발진이 선택한 탄화공법은 목재를 160~230도 고온 처리하는 가공법이다. 목재 강국 유럽 핀란드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탄화 과정은 숯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목재 속 수분을 5% 미만까지 제거한다. 외부 습기나 극한 환경에서도 변형되지 않는다.

목재의 무늬결도 일일이 수작업했다. 장인이 목재 무늬결 패턴은 중앙으로, 곧은결은 좌우로 일일이 배치했다. 이러한 과정은 웬만한 고급 가구를 만드는 공정보다 훨씬 많은 복잡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LG 오브제는 디자인은 물론 제품 기능도 방 안 공간에 최적화했다.

현원동 선임은 “공간마다 발생하는 오염 물질 종류가 다른데 특히 방안 공기 오염은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면서 “오직 숙면을 위한 가습공기청정기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형두 선임은 “요리용 냉장고와 선을 긋는 침실을 위한 써드(third) 냉장고 수요가 있다는 접근에서 방안 냉장고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LG 오브제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LG전자에 따르면 LG 오브제는 지난해 연말까지 내부 판매 목표량을 5배 이상 달성해 순항 중이다.

현 선임은 “가구형 가전 시장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면서 “새로운 소비자 요구사항을 지속 반영하고 개선해 신가전 시장을 파고 들것”이라고 말했다.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