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충전기 제작사인 시그넷이브이가 초급속 충전기(350㎾급)를 유럽시장에 출시했다. 이미 독일 폭스바겐의 기술 검증과 신형 전기차 매칭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세계시장에서도 초급속 제품 공급 실적을 보유한 업체는 시그넷이브이와 스위스 ABB, 호주 트리티움(TRITIUM)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그넷이브이(대표 황호철)는 20일(현지시각) 프랑스 리옹에서 개막한 전기차·충전 심포지엄 'EVS32'에서 유럽향 350㎾급 초급속 충전기를 처음 공개했다. 회사는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EVS32에 참여, 일본 충전표준기구인 '차데모(CHAdeMO)'와 국제전기차충전협의체 '차린(ChaIN)' 부스에 각각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시그넷이브이가 공개한 초급속 충전기는 4분 충전만으로 1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를 공급한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충전 기술이다.
회사는 2017년부터 독일 폭스바겐 충전기 파트너사로 선정돼 150㎾급 급속제품에 이어 350㎾급 제품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아우디 '이트론(e-tron)' 등 차량과 충전기 간 안정적인 전력제어와 사용자인증·과금에 필요한 통신 프로토콜 등 매칭 테스트를 완료했다. 또한 국내 업계 최초로 초고압 충전을 위해 냉각장치가 적용된 수냉식 케이블을 적용, 에너지효율과 초고압·고전류 충전에 따른 안전성을 높였다. 이는 충전케이블 내부에 냉각 기술을 적용, 초고압 충전에도 충전 케이블 두께를 늘리지 않고도 안정적인 충전 성능을 발휘한다.
이전 투박했던 전력설비 이미지를 탈피한 디자인도 특징이다. 가전제품 느낌이 난다. 충전 케이블에 사람이 걸려 넘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케이블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한 별도의 '케이블 관리시스템'도 적용했다.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대표는 “국내외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한 업체는 많지만, 실제 구축·운영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시그넷은 작년부터 미국에 초급속 제품을 공급했고, 이런 경험 때문에 유럽 내 다수의 전력회사와 충전업체들과 이미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 마루베니와 함께 유지보수와 A/S 등 자체 서비스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한편, 폭스바겐 자회사인 EA(Electrify America)는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 초급속 충전기를 구축 중이다. EA는 현재까지 약 1000개 이상의 150㎾·350㎾급 충전기를 구축했고, 공급 업체는 시그넷이브이와 ABB 두 곳이다.
리옹(프랑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