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며 유통업계 간 희비가 엇갈린다. 커져가는 해외 직접구매(직구)와 병행수입 시장은 타격이 예상되는 반면 백화점 업계는 상대적인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환율 상승으로 면세품 가격까지 올라 해외 여행객의 부담은 가중 될 전망이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원 내린 119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구두개입으로 소폭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1200원 돌파는 물론 12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환율 상승에 백화점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소비 수요가 국내로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내수소비 업종으로 수출과 제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 영향을 덜 받지만 원화 약세로 해외 소비수요가 국내로 전환될 수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 속 백화점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명품 판매에 유리하다. 소비자들은 고가 명품을 구매할 경우 세금감면 혜택이 있는 면세점 구매를 선호하지만 환율이 상승할 경우 제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면세한도 600달러를 초과할 경우 납부해야 하는 세금까지 고려한다면 해외 명품 면세점 가격이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은 고정된 원화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환율이 오를 경우 백화점이 특수를 누릴 수 있다.
실제 환율 급등 시기에 맞춰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이달(5월 1일~19일) 들어 명품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4.7%나 신장했다. 현대백화점도 명품 판매가 38.1%나 늘어났다. 지난 3월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 15.7%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담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현재 면세점에서 37달러(4만4159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국내 판매가 4만5000원과 약 841원 차이에 불과한 상황이다. 실제 한 면세점 업체에 따르면 환율 상승 후 5월 들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약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의 주요 명품 구매채널인 해외직구와 병행수입 역시 높아진 환율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줄거나 판매업체의 이윤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해외 여행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해외 소비가 국내로 전환될 수 있어 내수 소비 활성화 효과는 일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1200원과 1250원을 기점으로 큰 폭 변화가 예상된다”며 “환율이 계속해서 오를 경우 과거 발생했던 백화점과 면세점 간의 가격 역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