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해 글로벌 원전 신(新) 시장 개척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가 원전 중요성을 재판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산업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린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마리아 코르스닉 미국원자력협회 회장은 22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청정에너지원인 원전 중요성을 이해하고 원전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르스닉 회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청정에너지'라고 단언했다. 다수 국가는 저탄소 배출 에너지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남다른 원전 기술을 갖춘 우리나라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세계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수록 원전 가치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원전 비중을 줄이는 것이 아닌,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원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됐을 만큼, 원전이 청정에너지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코르스닉 회장은 “미국은 지난해 98개 원전에서 92%를 웃도는 이용률을 달성했다”며 “미국에서 원전이 청정에너지로 인정받고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가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코르스닉 회장은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결국 기저부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석탄발전으로 돌아가는 추세인데, 투자비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이어 “원전은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기요금을 유지하는데도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해외 신규 원전 건설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120억달러(약 13조원) 사우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양국이 배수의 진을 쳐야할 때라는 것이다. 또 한국이 대규모 원전 이외에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해 미국 SMR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코르스닉 회장은 “한국과 미국이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중국과 러시아에 신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수년간 원전 기술과 관련해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한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대규모 원전뿐 아니라 SMR 기술 개발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한 곳도 있지만, 큰 전력망이 필요 없는 지역에는 SMR가 효과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