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으로 등극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1개 이상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수요가 크게 늘자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공기청정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역대 최대인 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공기청정기 품목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가 효율 높은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 신고 제도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획득한 제품은 161개다. 현 추세라면 지난해 품목 수를 넘어 400여개 제품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만 매일 공기청정기 신제품이 1개 이상 출시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와 같은 주요 생활가전 기업에서는 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보이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풍큐브 컬러 마케팅에 나섰고, LG전자는 '퓨리케어 미니 공기청정기'까지 출시했다.
신개념 제품도 속속 등장했다. 다이슨은 사용자 한 명에게 청정한 공기를 분사하는 '다이슨 퓨어 쿨 미'를 출시했다. 신일은 에어 서큘레이터와 공기청정기를 결합시킨 '에어 플러스'를 내놨다. 중소기업 제품 출시도 크게 늘었다.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중소기업이 크게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 공기청정기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작용했다. 공기청정기의 핵심 기술은 모터와 필터다.
제품 크기도 다변화되고 있다. 올해 100㎡(약 30평) 이상 대형 공기청정기는 14개 제품이 등록됐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용량은 청정 면적이 161㎡에 달했다. 더욱 효과 높은 공기 청정 성능을 원하는 일반 소비자가 늘었고, 학교·관공서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반면에 작은 공간을 넘어 휴대할 수 있는 초소형 공기청정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들여오는 사례도 많았다. 특히 중국산 공기청정기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제조사 이외에 유통 전문 업체가 외산 제품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비중도 크게 올랐다. 올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획득한 161개 품목 가운데 83개 제품이 외국산이었다.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돼 온 중국이 공기청정기 수출로 제조업에서 혜택을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