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고성과 속초, 강릉 등 강원 동해안 일대를 휩쓸며 막대한 피해를 남긴 산불이 발생한지 50여일이 지났다. 이 산불로 2명이 숨지고 2,832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시설물 916곳이 전소되는 등 피해는 막대했고, 산불 당시 긴박한 순간의 영상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해지며 국민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겼다.
이번 산불로 드러난 방송사들의 체계적이지 못한 재난방송 대응 행태는 깊은 불신감을 야기했다. 국가재난상황에 대응하는 전반적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고, 현재 정부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재난방송 시스템 개선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약 5,000만대에 이르는 휴대폰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전국민에게 접근 가능한 지상파DMB를 활용해 재난경보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선)는 “DMB는 이미 대부분의 휴대폰과 차량 내비게이션에 기본 장착돼, 실외에 있거나 이동중인 대다수 국민들에게 재난 경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DMB는 지난해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태와 같이 통신망이 마비돼 재난정보 전달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산악 고지대에 위치한 중계소, 무정전 전원장치, 무선전파방식 등의 특성을 기반으로 이상 없이 재난방송을 송출해 재난상황과 대피요령의 실시간 전달이 가능하다는 게 지상파DMB특위의 설명이다.
특히 통신망 두절 시 무용지물인 긴급재난문자와 별도로 방송망을 통해 문자 형태로 재난경보를 보낼 수 있는 ‘DMB-EWS’ 긴급재난방송과, DMB 시청 중이 아니더라도 재난 발생시 자동으로 DMB를 구동시켜 상황을 알려주는 ‘웨이크업(wake-up)’ 기능을 휴대폰에 적용시키면 KT 통신구 화재 때처럼 기존 재난경보시스템이 먹통이 된 상황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이연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강원 산불 때는 지상파 방송사의 재난방송이 적합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보름 뒤 동해 지진 때는 재난문자가 지연 발송되는 등 재난경보시스템이 구멍을 보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MB는 이미 휴대폰, 내비게이션 등 국민이 항시 소지하는 합산 5,000만대에 달하는 단말기에 적용된 “훌륭한 재난 커뮤니케이션 툴”로써,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의해 재난매체로 규정돼 도로는 물론 터널, 지하철 등에서도 수신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재난경보시스템 개선의 초점이 새로운 기술과 신규 전달매체 개발에 치중돼 있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휴대용 단말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 공백기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현재 즉시 적용 가능한 DMB를 통한 재난경보 고도화를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가능한 솔루션을 다중으로 구축해 빈틈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DMB 수신제어 솔루션업체인 디지캡에 따르면 현재 DMB 수신이 가능한 단말기는 휴대폰 4천만대, 내비게이션 800만대 이상으로 월간 연인원 기준 약 700만명이 휴대폰을 통해 DMB를 시청하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의 ‘국내 스마트폰 영상 앱 이용행태 분석보고서(2018년 12월 기준)’에 의하더라도 휴대폰으로 월 1회 이상 DMB를 시청하는 실사용자는 4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장윤영 기자 (yo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