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27일 천막농성·31일 셧다운…“험난한 XM3 글로벌 물량 확보”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11개월 만에 마련한 '2018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넘지 못한데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셧다운(공장가동중단)'을 단행했다. 노조원들은 기본급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단협 합의를 할 수 없다며 오는 27일 천막농성, 31일 4차 셧다운까지 예고했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차는 'XM3' 글로벌 생산권 확보 등 경영정상화에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됐다.

파업으로 생산이 멈춰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파업으로 생산이 멈춰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26일 르노삼성차 노사에 따르면 부산공장은 이달 중순 노조에 통보한대로 지난 24일 셧다운을 의미하는 '프리미엄 휴가'를 실시했다. 이어, 오는 31일에도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프리미엄 휴가는 법정휴가 외 부여하는 '복지휴가'로, 회사 측에서 필요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이번 프리미엄 휴가에 대해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 감소 등 생산량 조절을 위한 것으로 임단협 부결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사 분규가 극에 달했던 지난달 20·30일 두 차례에 걸쳐 프리미엄 휴가를 실시한 바 있다.

노조 측은 2018 임단협 잠정합의안에서 '기본급 동결'과 '노동강도 악화' 부문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잠정합의안은 지난 21일 2141명이 참여한 찬반 투표에서 1109명(51.8%)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임금은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중식대 보조금 3만5000원을 인상키로 했다. 또 △이익배분제(PS) 426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특별 격려금 100만원 △임단협 타결 격려금 50만원 등 총 성과급 976만원(이익배분제 등)과 생산성격려금(PI) 50%를 지급키로 했다.

노조는 임단협 부결에 대한 후속 대응으로 이달 27일 천막농성도 돌입한다. 또 농성과 별개로 사측과 향후 임단협 교섭 일정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인데, 노조가 추가 협상에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일부 강성파는 회사 대응 여부에 따라 전면파업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르노삼성자동차 XM3 인스파이어 쇼카.
르노삼성자동차 XM3 인스파이어 쇼카.

다만 추가적인 교섭을 통해 2018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경영정상화를 이루자는 노조원들도 많은 상황이다. 실제 노조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협상을 통해 타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긴급 대의원회의를 거쳐 23일 회사 측에 이른 시일 내 다시 대화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날짜와 시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임단협 타결을 위한 재협상안을 마련하는 대로 이르면 내주 중이라도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는 임단협 교섭이 계속 늦어지면서 부산공장 생산 효율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10월 단종되는 닛산 로그 후속으로,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해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이 계획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 가동률, 효율성 등을 이유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해외 물량을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 노사가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지 XM3 글로벌 물량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영정상화와 계속해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노조 입장에서 불리한 상황도 있겠지만, 우선 생산물량을 확보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