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30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에 들어갔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크다는 경영계 의견에 정부와 여당이 무게를 싣고 있다. 급격하게 오르던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실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발언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2018년(16.4%), 2019년(10.9%)에 비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905/1191194_20190530155052_762_0001.jpg)
최임위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착수했다. 최임위는 전원회의에 앞서 신임 위원장으로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를 선출했다.
박 신임 위원장은 “위원장이자 공익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노사와도 적극 소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임위는 지난 3월 29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함에 따라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다음 달 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다만 해마다 막판까지 노·사 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정해진 기간을 지키지 못한 만큼 올해도 기한을 넘긴 7월 중순께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첫 전원회의에서도 노-사 간 기 싸움이 팽팽했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은 정부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또 파행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올해 첫 전원회의에 앞서 진행된 신임 위원 위촉식에서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자료:고용노동부]](https://img.etnews.com/photonews/1905/1191194_20190530155052_762_0003.jpg)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2년 동안 너무 급격히 올랐고 수준도 국제적으로 봐도 높게 올라 소상공인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맞섰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경제 상황이나 (기업의) 지불 능력에 맞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최저임금 적용에도 업종별 차등이 꼭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노·사 간 충돌이 극심하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방침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매년 노·사가 맞서면 마지막에 공익위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심의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준식 신임 최임위원장도 이날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빨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최저임금 수준이 낮은 시절에는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이 선진국과 비교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와 노동 시장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정부도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KBS와의 대담에서 “(최저임금은) 2년 동안 꽤 가파르게 인상됐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다”면서 “최임위가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29일 중소기업인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와 고용 상황, 생계비 등을 종합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올해 첫 전원회의에 앞서 진행된 신임 위원 위촉식에서 모두발언했다. [자료:고용노동부]](https://img.etnews.com/photonews/1905/1191194_20190530155052_762_0004.jpg)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대내외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고용부 '최저임금 업종별 실태파악(FGI)' 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취약 업종 중심으로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노동생산성 증가 폭인 3~4%보다 낮게 하라”고 권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300인 미만 중소기업 600개사를 조사한 결과 69%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설문조사에서는 사업주 70.1%와 근로자 49.7%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