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문재인 정부, 혁신 컨트롤타워 한계성 드러나…부처 간 협력도 미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들어 혁신성장 관련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의지만큼 정책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얽히고설킨 칸막이 규제와 신산업 관련 이해당사자간 갈등, 게다가 정부의 고용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좀처럼 혁신 분위기가 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컨트롤타워의 한계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청와대.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현 정부 '혁신정책' 컨트롤타워는 기획재정부다. 정권 초반 기재부에서 혁신성장 정책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역할이 중복돼 혼란을 빚었다.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기재부 내 '혁신성장기획단'이라는 별도의 전담조직을 만들었고, 올해 임시 조직에서 정규조직이 됐다. 하지만 기재부가 추진 중인 과제가 워낙 많다 보니 혁신성장 무게감이 내부에서 높지 않다. 부처별 '칸막이'도 버티고 있어 혁신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청와대 역시 '원톱'으로 꼽을 만한 정책주도자는 없다. 혁신 현안 대부분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규제로 얽혀있다. 부처 차원을 넘어선 교통정리가 필수적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실상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정책의 총괄자다. 혁신성장 관련 유관 업무라 할 수 있는 직책으로 경제수석, 과학기술보좌관, 경제과학특보 등이 있지만 혁신성장 전담자라고 하기엔 모호하다.

청와대 자체적인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하니 일선 부처 간 협력도 미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사안이 여러 부처와 연결된 융합 서비스라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하지만 여전히 '밥그릇싸움'이다.

경제관련 부처와 사회 부처 간 인식 차이도 걸림돌이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 '혁신' 보다는 '포용'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로 인해 사회부처 주장이 더 힘을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혁신성장 분야의 경우 어느 정도 위험을 안으면서 장기간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 많은데, 위험 요인을 크게 보게 되면 속도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내에서 지금 반드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존재감도 희미하다. 애초 장관 15명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4명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축소됐다. '자문기구' 성격으로 출발한 탓에 한계도 많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면서 4차산업혁명위가 이해당사자간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카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려 애썼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어진 '타다' 서비스와 택시간 갈등에서는 중재를 포기한 듯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정 과정은 정부의 혁신의지를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붉은 깃발법' 사례를 거론하며 '규제혁신 1호 법'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꼽았지만 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신청 기업 모두 탈락됐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료의 보신주의 '덫'에 걸려 무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나오는 정책결과물은 과연 혁신을 하고자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갈수록 혁신 분위기를 질식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