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혁신은 '후퇴' 규제는 '정체'..K-헬스케어 경쟁력 어둡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혁신성장이라는 산업적 접근과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 도구라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강조하고 있다. 보건과 복지뿐 아니라 산업 파급효과도 큰 만큼 고령화, 기간산업 침체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정부가 혁신성장,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룰 정책 개발과 지원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표 사례가 '스마트 헬스케어'와 '소비자직접의뢰(DTC)' 분야다.

정부는 세계 최고인 정보기술(IT)로 국민 건강한 삶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 건강관리와 국가 의료비 지출 절감 효과는 물론 고속 성장 중인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핵심인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여전히 외면한다. 핵심 중 하나인 환자 의료정보 활용 역시 제한적이다. IT를 활용한 건강관리는 웨어러블 기기로 혈당, 혈압 관리나 독거노인 가구에 비상 알림 장치 설치 등 당초 예상했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는 사이 헬스커넥트, 인성정보 등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은 국내 규제 때문에 중국, 동남아 등에서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후발주자라고 평가한 중국은 원격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인터넷병원'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 접수, 진료, 처방까지 구현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IT 융합 산업을 키운다. 국가 의료비는 갈수록 늘고 있고, 후발주자까지 우리나라를 앞지를 위기에 처하면서 혁신성장 기치가 무색하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혁신성장은 기존 프레임과 맞지 않은 새로운 모델로, 이에 걸 맞는 제도와 인식 등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료 지출 40%가 65세 이상 노인임을 감안할 때 원격의료 등 스마트 헬스케어는 노인 건강관리와 국가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IT 융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기업에 유전자 검사를 맡기는 DTC 역시 규제에 갇혀 성장하지 못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건강관리 부문에서 민간 기업 중심 DTC를 활성화해 질병을 예방하고, 국가 의료비 절감을 꾀한다. 국내는 피부, 미용, 비만 등 12개 검사항목으로 제한한다. 사실상 건강과 직접적인 영향이 적어 산업적 효과가 떨어지고 이용자도 외면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개선을 적극 검토했지만, 57개 항목으로 확대한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법 개정을 논의키로 했다. 선진국에서는 장려하는 검사를 우리나라는 안전성, 오남용 가능성을 들어 규제하면서 혁신성장 뒷걸음질을 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건강관리는 여전히 의료만의 영역이라는 인식과 경직된 생명윤리로 인해 민간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면서 “DTC 유전자 검사를 활성화해 이를 산업화하고, 고령화에도 활용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규제를 고집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