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4차례 연속 금리 동결...'인하 소수의견' 등장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인하 요인인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수출 실적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인상 요인인 금융불균형 사이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택했다.

하지만 3년 만에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은 31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P) 인상한 이후 6개월째 동결 기조를 지속했다.

동결 이유로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물가상승률 상승 기대감 △금융안정에의 유의 등을 제시했다.

이번 금통위는 미·중 무역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점에 주목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중 간 갈등이 당초 이달 안으로는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오히려 악화됐다”며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확실히 커졌다”고 밝혔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1분기 국내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동결 만장일치'가 깨졌다. 금통위원 중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조동철 위원은 0.25%포인트(P) 내려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다시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기 때문에 금통위의 (공식) 신호로 봐선 안 된다”며 “현 상황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등을 종합해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인하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를 미·중 무역분쟁 악화와 1분기 성장 부진으로 진단하며 “1분기 성장은 부진했으나 수출과 투자 부진 정도가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야한다는 주장에는 “공급 요인 측면에서 정부의 복지정책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대응했다.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대외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에는 “경상수지는 월별 경상수지 기복이 심하고 지난해 4월에도 흑자가 14억 달러에 불과했다”며 “월별 경상수지 흐름은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