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던 회사의 정보기술(IT) 수준을 1년 만에 2019년 수준으로 확 끌어 올렸습니다. 중소형사는 대형사와는 다른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회사 수익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혁신이 목표입니다.”
조한영 한양증권 IT 담당 이사는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 증권사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접근해야 한다”면서 한양증권의 디지털 혁신 전략을 설명했다.
조 이사는 약 20여년간 증권사 IT본부를 이끌어온 금융투자업계 IT 전문가다. 아이엠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서 IT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금융투자협회 최고정보책임자(CIO)협의회의 초대 회장단 멤버이기도 하다.
조 이사는 “중소형사는 대형사에 비해 비용 문제도 많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O) 등 금융권 IT 담당자의 가장 큰 역할은 대표이사가 빠른 결정을 취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가 합류한 지난 1년간 집중한 분야도 중소형사가 적어도 대형사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직원 PC를 모두 교체하고 사내 결재 체계를 모바일로 전환했다. 전통 업무 방식에 머물렀던 한양증권의 업무 문화를 완전히 뒤바꿨다. 그는 “한양증권의 업무 문화가 단번에 1990년대에서 2019년으로 바뀐 셈”이라고 자평했다.
한양증권 다음 과제는 디지털혁신 시대에 걸맞은 중소형 증권사로 거듭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최우선 과제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와 챗봇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 이사는 “증권업 특성상 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이 워낙 다양하다”면서 “이런 다양한 주문을 표준화하고 자동으로 정리시켜 업무 자체가 단순해지고 편해졌다는 것을 직원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챗봇 역시 여타 대형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법인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코멘트를 분석해 자동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 대상 챗봇과는 달리 업무 효율화에 우선 집중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소형사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직접주문접속(DMA),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대상 영업 등을 한양증권만의 IT 기반 특화 시장으로 삼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 이사는 “이제 인프라로서 IT, 피해 방지를 위한 IT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떻게 IT를 활용해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모든 증권사 IT 임원 과제”라고 역설했다.
코스콤과 긴밀한 협업 역시 중소형사 혁신을 위한 필수 과제로 꼽았다. 중소형 증권사 대다수는 코스콤의 파워베이스(PB)를 통해 고객 원장을 위탁 관리한다.
조 이사는 “코스콤은 중소형 증권사의 전산실과 다름없는 존재”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혁신 콘텐츠를 제공하고, 코스콤은 걸맞은 기반을 조성해 협업 관계를 이룬다면 중소형 증권사 역시 디지털혁신 역량을 갖춰 독자 영역에서 대형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