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구 SBA 교육지원팀장
최근 국내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일자리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높은 안정성과 연봉의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공급한다는 공무원과 대기업에만 사람이 몰리고, 중소기업은 기피하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다.
그러나 급변하는 글로벌 및 디지털 환경에서 공무원과 대기업의 신화는 그 운명이 불확실하다.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처럼 국가부도로 공무원들도 실직하고, 엔론이나 노키아처럼 대기업도 한순간에 망하고 직원들은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는 어떤 나라에서나, 어떤 회사에서나 환영받는 생존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학교의 경우, 기존 시스템을 거부하고 돌풍을 일으키는 ‘미네르바스쿨’이나 ‘에꼴42’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명문이라는 하버드대학교도 스탠포드대학교도 아니지만, 이들 학교를 졸업하면 글로벌 유명기업에서 서로 데리고 가고 싶어 안달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최고의 스승 또는 롤모델들과 함께 자기주도, 플립러닝, 팀프로젝트, 동료협력 등을 통해 어떤 나라에서나, 어떤 회사에서나 환영받는 생존의 기술을 배우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워렌 버핏은 대학원 졸업 후 아버지 회사를 떠나 대학원 스승 그레이엄이 운영하던 중소규모의 투자회사 ‘그레이엄-뉴먼’에 입사, 최고투자가로서의 생존기술을 확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첫 직장인 스타트업 게임회사 ‘아타리’에서 CEO 놀란 부쉬넬로부터 최고혁신가로서 생존의 기술을 배우고, 애플 창업자금까지 마련했다.
버핏과 잡스에게 기업은 학교였고, CEO는 스승이었다. 이들에게 다시 20대가 주어졌을 때 선택은 어떨까? 높은 안정성과 연봉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냐, 미래를 위한 생존기술을 배우는 중소 스타트업이냐 선택지를 놓고 봤을 때 여전히 같은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과 같은 인재들을 포용할 CEO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그레이엄과 부쉬넬처럼 ‘공감과 소통 그리고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제자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가는 길을 제대로 알려주고 바로잡아주는 길라잡이 또는 본보기의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아는 지인 가운데서는 10년간의 공기업 생활 속에서 진정 하고 싶은 일과는 거리가 멀어짐을 느낀 바, 20년 경력 CEO의 패션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동대문과 광저우를 오간 끝에 최고의 생존기술을 터득해 자신의 기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현재 그는 “처음부터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배웠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곤 한다.
오늘날 공무원 또는 대기업 취업을 위해 도서관과 고시원을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마냥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으로 가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가지 않는 데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안정성, 연봉 및 사회적 인식으로 결혼은 물론 교제조차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말보다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새로운 세상을 위한 생존기술을 배울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빠른 세상변화 속에서 대기업의 몰락과 억대 연봉 1인기업가들이 뻔히 보이는 바, 중요한 것은 생존기술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도 CEO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처럼, 인재들도 언젠가는 기업을 떠난다. CEO도 제자를 키우는 스승의 마음으로, 함께 할 동안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며 조직에 공헌하고, 떠나서는 함께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인재들도 기업선택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버핏이나 잡스처럼 ‘안정성이나 연봉이 아닌,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최고의 생존기술을 배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기업은 학교가 되고, 모든 CEO는 스승이 된다. 평생의 인연이 된다. 불확실한 미래, 기업-CEO-인재가 다 함께 살아남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