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빠듯한 살림…특별당비 걷는다

2018년 7월 11일 당사 이전 모습 현판식.
2018년 7월 11일 당사 이전 모습 현판식.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에게 '특별당비'를 걷는다.

4일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중앙당 후원회와는 별도로) 의원들이 특별당비를 내기로 했다”며 “액수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각자 알아서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당비는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하기 전부터 논의된 사항이다. 박인숙 의원이 지난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광장으로 출근하고 특별당비를 내자”고 제안했다.

한국당은 재산총액이 지난해 611억8474만원으로 전년 511억168만원에서 19.7% 늘었지만 주요 수입원인 당비나 후원금 등은 줄어들면서 재정이 악화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18년도 주요 정당 수입 및 지출 총괄표'에 따르면 한국당의 당비 수입은 154억3000만원이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해 당비 수입이 384억9000만원이다.

한국당이 112석을 가져 민주당 129석보다 17석 적지만 당비는 크게 차이난다.

한국당 사무처 관계자는 “지금 우리 월급도 못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황교안 대표의 3주간 장외투쟁에 비용이 많이 소모됐다. 이제 월급 줄 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한국당 재정팀 관계자는 “장외투쟁 비용은 대외비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장외투쟁이나 유세차량으로 사용되는 스크린 트럭의 경우 대여료가 크기에 따라 1000만~3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예상한다. 2.5톤 크기의 트럭을 1대만 빌려도 3주간의 장외투쟁에는 5억4000만원이 든다. 여기에 버스 대절, 교통비 등을 고려하면 황 대표 장외투쟁에 소모한 비용이 10억원을 훌쩍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당은 최근 5선의 정갑윤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한 중앙당후원회를 만들었다. 황교안 대표가 진행한 전국순회 민생대장정 등 대정부 투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대국민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후원회 계좌를 개설하는 등 후원금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당은 대선 참패 직후인 2017년 12월에는 사무처 직원 35명을 감축했다. 지난해 7월에는 11년 간 여의도 당사 생활을 접고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했다.

국회의사당 앞 여의도 한양빌딩을 당사로 사용했지만 20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국회 의석수가 감소해 어려워지자 당사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월 임차료가 옛 당사의 5분의 1로 줄었다.

책임당원의 최소 당비를 줄인 것이 당비 수입을 줄인 가장 큰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시절 책임당원 당비를 월 2000원(6개월 이상)에서 1000원(3개월 이상)으로 내렸다. 당심을 붙잡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당 재정을 악화시켰다.

한국당 사무처 관계자는 “한 번 내린 예산은 다시 올리기 힘들다”며 “1000원이던 것을 2000원으로 다시 올린다고 하면 반대가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