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한 뉴로모픽 광(光)뉴런 소자설계에 성공했다.
서울대학교 박남규 교수, 유선규 박사, 박현희 박사 연구팀이 고속 연산 AI 구현을 위해, 두뇌의 기본 단위인 뉴런의 동작을 빛의 흐름으로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기존 반도체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속-저전력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개발의 전기가 되는 연구성과다.
사람의 뇌는 평소 20와트(W)의 전력을 쓴다.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 쓴 전력이 170킬로와트(㎾)다. 뇌가 AI의 8500분의 1 전력으로 연산과 기억 등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뉴로모픽은 뇌를 모방해 적은 전력으로 방대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뉴로모픽 칩은 기존 CPU(중앙처리장치) 기반의 계산방법에서 벗어나 실제 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해 만든 새로운 계산방법을 쓴다. 뇌는 신경세포(뉴런) 간의 연결 강도를 조절하며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 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신호는 뉴런 세포막에 있는 이온 채널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진은 빛의 세기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메타물질(Metamaterial)을 설계하고 이를 뉴런 내 채널에 대응하는 개념을 제안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도록 만든 물질이다. 지금까지 연구는 뉴런 동작을 모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대신 뉴런의 구조적 특성을 본떴다.
연구진은 현재 뉴로모픽 칩을 구현 단계 이전인 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외부 잡음에 흔들림 없이 전기신호의 세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박남규 교수는 “생물학적 구조의 동작 원리를 물리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광학 소자를 설계했다”면서 “초고속 뉴로모픽 소자 및 인공지능 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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