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 시간 강사 고용안정을 위해 각종 대학 평가 지표에 적정 강사 고용 여부를 반영한다. 방학 중 강사 임금은 한 학기 당 2주, 1년에 총 4주치를 인정하며 정부가 이를 재정으로 지속 지원한다.
교육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하고 대학에 매뉴얼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강사법 개정 8년 만에 강사 신분보장·처우개선·고용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서정민 박사의 자살로 시간강사 처우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된 후 2011년 처음 개정됐다. 대학의 행·재정 부담과 강사들의 대량해고 우려에 부딪혀 7년간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지난해 12월 입법화됐다.
시행령과 매뉴얼은 대학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강사법은 올해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 강의규모의 적절성 지표를 강화한다.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핵심 성과지표에 총 강좌수를, 세부지표에는 강사 담당 학점을 반영한다. 강사 수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전임교원이나 겸임교수 등에 강의를 맡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강사법에서 보장한 '방학 중 임금'은 1년 4주 기준으로 산정한다. 방학기간 중 강의계획과 성적처리 등 통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을 각각 1주씩으로 판단했다. 올해는 2학기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2주분에 해당하는 288억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강사 고용변동과 비전임교원 중 강사 비중 등을 반영해 10월에 대학에 차등배부한다.
강사법 시행 전 미리 강사수를 줄이거나 총 과목 수를 축소한 대학이 예산을 받아가는 일이 없도록 강사 고용현황을 지난해 2학기나 그 이전학기와 비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학기 강사 임용계획이 수립되는 6월 초부터 강사 고용현황을 조사한다. 정부는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방학 중 임금을 재정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재정당국과 논의한다.
퇴직금도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 지원예산은 확보되지 않았다. 강사법이 1년 이상 임용과 3년간 재임용절차를 보장하고 있어 퇴직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원생 보호·육성을 위해 BK21 후속사업 선정 평가에도 강사, 박사 후 연구원 등에 대한 강의 기회 제공 및 고용 안정성을 반영할 예정이다.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에게도 임용 기회가 돌아가도록 임용 할당제도 도입한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해고된 시간강사를 구제하기 위한 추경도 편성했다. 2000명에게 1400만원 정도의 연구비(총 280억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부터는 인문사회학슬연구교수 사업으로 확대해 지원한다.
대학의 행·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혁신지원사업으로도 신규 채용 강사 인건비 집행을 가능하도록 했다.
강사 임용 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성(性)·연령·사진 등을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도 정비했다. 학부 증명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대신 비전임교원의 공개임용 절차를 전임교원에 비해 간소화해 부담을 줄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019년 1학기에 이미 일자리를 잃은 강사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면서 “강사법이 7년간의 유예를 거쳐 마침내 시행을 앞두게 된 만큼 제도 안착을 위해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혁신지원사업이나 BK21 등 평가에 반영한 것은 강사법 조기 안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생각한다”며 “관리·운영 비용지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마련한다고 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섭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서정민 박사 이전에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강사들이 23명이나 있다”면서 “그 지난한 세월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신분보장과 처우개선, 고용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