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현 쉐어라이트 대표가 자외선C 발광다이오드(UVC LED)를 활용한 '휴대용' 물 살균기를 개발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다. 내년까지 아프리카 탄자니아 내 법인을 설립해 지역 내 주민 경제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게 목표다.
쉐어라이트는 박 대표가 2016년 12월 설립한 회사다. 전력 시설 없는 오지에서도 LED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
그는 국내 LED 플립 칩 업체 세미콘라이트 대표이기도 하다. 창고에 쌓인 연구개발용 LED 칩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촛불의 열 에너지로 LED 조명을 켤 수 있는 '쉐어라이팅'을 개발해 전력 시설 없는 아프리카에 보급하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제품 아이디어는 조명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연구개발용으로 쓰였던 UVC LED 칩을 가공한 물 살균기 '퓨리라이트'도 개발했다.
퓨리라이트는 오지에서 '수동'으로 물을 살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 2리터를 기기에 담고, 2분 간 기기 상단에 달린 손잡이를 원형으로 돌리면 모터가 작동해 대장균을 99.99% 살균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협력해 탄자니아 미케세 지역에 공급한 이후, 지역 아동 100명의 장티푸스 발병률이 3개월 만에 30%에서 2%로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최근에는 네팔지역 병원에 쉐어라이팅 200대, 퓨리라이트 100대를 공급했다. 야간 분만을 하는 산파에게 조명과 살균기를 공급해 안전한 분만을 도울 예정이다.
그는 최근 또 다른 제품을 구상했다. 박 대표는 태양 빛 에너지를 활용한 휴대용 물 살균기를 발명한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등·하교를 위해 걷는 2~3시간 동안, 동물 배설물 등 온갖 이물질이 섞인 물을 아무렇지 않게 떠서 마시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제품 개발 배경을 밝혔다.
새로운 제품은 솔라셀(빛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칩)과 UVC LED 칩을 장착한 물통이다. 특허 출원을 마쳤고, 이르면 6월 샘플 제품을 만들어 탄자니아 현장에 적용해볼 계획이다. 제품군이 늘어나고, 생산 물량도 늘어나다보니 새로운 꿈도 생겼다.
박 대표는 “내년까지 탄자니아에 법인을 만들고, 모든 아이들에게 제품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평일엔 세미콘라이트 경영에 매진하고 주말마다 그가 가진 LED 기술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한다.
박 대표는 “평소 이윤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다보면 머리가 아프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쉐어라이트 활동을 하면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쉐어라이트 경영에 열심인 이유는 평소 그가 생각해왔던 경영 철학 때문이다. 그는 기업 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윤 속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기업 수익은 뛰어난 경영자의 능력에서도 나오겠지만, 회사가 만든 물건을 필요해서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것”이라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지나치거나 방치하는 것은 알맞은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나눔의 기회가 있다면 영역을 더 넓혀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영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고,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