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전인 7일 여야 5당 대표 회동과 동시에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을 진행하는 안을 공개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3당 대표 회동까지만 수용한다는 입장이라 사흘 내 회동이 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순방을 떠나시기 전 국회를 정상화해 개원하고 닫힌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의지가 크다”며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에 7일 오후 5당 당대표 회동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의 1대1 회동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제안을 드렸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의제 논의와 합의서 작성을 위한 실무회동을 한국당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동시회담이긴 하지만 사실상 5당 당대표 회담에 이어 1대1 회동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일 '문 대통령과 황 대표 일대일 회동과 교섭단체 3당 대표 회동을 동시에 하자'라는 역제안을 한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는 5당 대표 참석을 전제로 한국당의 역제안을 거부했다.
청와대는 추가경정예산 처리 시급성을 강조하며 국회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추경 처리 뿐 아니라 △대북 식량지원의 현실성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긴급성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에 대한 대응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제활력대책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등의 문제를 회담의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화웨이 문제 등을 포함해 한국의 대응이 중요한 문제”라며 “더욱이 대통령께서 순방을 다녀오면 곧 바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다 한미, 한일, 한중 등 여러 확정되지 않은 여러 정상회담이 앞에 놓여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한국당을 비롯한 국회에서 정말 나몰라라 해도 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9일부터 16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유럽 3개국을 국빈 방문한다. 청와대는 순방 전 회담 성사를 위해 여당과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방 전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치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가 큰 결단 내려줄 것을 말씀드린다”며 재차 강조했다.
한편 강 수석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만약 황 대표가 못오더라도 여러 시급한 현안을 가능한 당대표들과 만나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4당 대표만 만나는 것은 3당 원내대표 협상 등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강 수석이 여러 차례 황교안 대표를 직접 만나 국회 정상화 등과 관련한 제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고자 했으나 황 대표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