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88대 팔린 '중국 전기버스' 정부 보조금 176억원 타 갔다

최근 2년 동안 정부가 집행한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 약 486억원 가운데 중국산 차량에 지급된 국가 예산이 1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4년째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전기버스를 자국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국산 차량에 대해 국산 배터리 채용 의무 등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17~2018년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저상 전기버스에 지급한 구매 보조금 물량 243대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가 88대로 밝혀졌다. 나머지 155대는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중소·중견기업 전기버스 제작사인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자일대우버스 차량이었다.

2017년 본지가 방문한 중국의 유력 자동차 업체가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공장.
2017년 본지가 방문한 중국의 유력 자동차 업체가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공장.

지난 2년 동안 중국산 전기버스는 우리 정부의 전체 지원 물량에서 36%를 차지했다. 이들 차량은 환경부 전기버스 보조금(1억원)과 국토부 저상버스 보조금(1억원)을 합쳐 최소 2억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차량 당 추가로 지급한 보조금(5000만~1억원)과 전기버스용 급속충전기(약 2000만원)까지 합치면 2억원이 훌쩍 넘는다.

중국 전기버스 가운데에는 중퉁버스가 30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비야디(BYD)와 에빅(2017년 중퉁버스와 합병)이 각 20대, 하이거 14대 순이었다. 다만 에빅은 차량 구매자인 인천시 선진운수 요청에 따라 삼성SDI 등 국산 배터리를 채용했다. 중국 전기버스는 올해도 이미 서울과 창원 등에서 판매를 확정한 상태여서 연내 최소 50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보조금에 의해 전기버스가 판매·보급되는 만큼 국가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차량에 대해 시장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배터리가 중국에서 4년째 외면 받는 상황까지 고려, 맞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판매할 코나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자국산 보호 정책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는데 우리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는 셈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중국은 중국 내에서 생산된 차량에 한해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경우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것과 달리 우리는 아무런 제약 없이 중국 전기차를 사 주고 있다”면서 “우리 자동차 산업 확대를 위해 정부가 보조금 정책 재검토는 물론 국산차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표】2017·2018년 전기버스 국가 보조금 지급 현황

한국서 88대 팔린 '중국 전기버스' 정부 보조금 176억원 타 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