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국가 연구개발(R&D) 정책과 연계한 정교한 IP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정한근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산업 정책, R&D 혁신 열쇠는 IP에 달려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은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하는 기구다.
정 단장은 우리나라 IP를 기반으로 산업·R&D 전략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IP 강국'으로 불린다. 해외특허(PCT) 출원에 있어 미국·일본·중국·독일에 이어 꾸준히 세계 5위권을 유지한다. 지난해 IP 무역수지에서 적자폭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각종 지표에서 우량한 외형을 자랑한다.
내실 측면에선 갈 길이 멀다. 우리가 창출한 IP가 제품, 서비스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제 가치를 인정받는 생태계가 자리잡지 못했다. 산업, R&D 전략의 미스매치로도 읽힌다.
정 단장은 “바이오 등 미래 유망기술 분야를 포함해 R&D 전 과정에서 IP 창출, 활용을 촉진할 계획”이라면서 “R&D를 통해 나온 우수 IP가 경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IP-R&D 관점에서 제도개선 이슈를 발굴하고 정부 R&D 성과관리·활용 등 단계별 중장기 제도개선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22년부터 시행할 3차 지식재산기본계획 기초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여기에도 이런 방향성을 더욱 구체화한다”고 소개했다.
현안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대응을 꼽았다. 두 나라간 무역분쟁이 가열되면서 IP가 핵심 분쟁 대상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제 금지, 법령 개정 등을 통한 지식재산 보호 기조를 강화했다.
정 단장은 “겉으로 보기엔 우리 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 같지만 위험 요인도 크다”고 분석했다. IP 우회 획득, 막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 IP 경쟁력을 강화한 중국에 우리 기술과 산업이 잠식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나라 핵심 기술력을 취득하고 국내 콘텐츠업계에 대한 차별적 IP 허가 제한을 가해 자국 기업이 서비스를 유통하게 유도한다”면서 “중국 변화를 심층 분석해 산업 분야별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허 확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한중 특허 공동심사프로그램을 활용하고 4차 산업혁명 분야 IP 창출 역량 강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에서 대응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식재산보호협의회' 운영 계획도 일부 밝혔다. 협의회는 범정부 차원 IP 보호체계 강화를 목적으로 이르면 이달 말 경 출범한다. 정 단장은 “문체부, 특허청, 검찰·경찰청, 관세청 등 분산된 지재권 보호 집행기능을 연계한다”면서 “산업기술 유출을 포함, 우리 기업의 해외 지재권 침해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적 관심을 받는 생물자원과 같은 신 IP 보호 중요성도 역설했다. 정 단장은 “생물자원, 전통지식 등과 같은 신지식재산은 보호, 이익공유 관련 국제 논의가 활발하다”면서 “국내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자원을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확보·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 공유에 대한 관계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과 국내 대응체계 정비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단장은 “특허 괴물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이 한 번에 경쟁력을 키운 것이 아니지 않냐”면서 “IP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투자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