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지 않겠다' 탈출은 위험천만...안전사고로 커질까 우려

#지난달 31일 우이신설경전철 승강장안전문(PSD) 장애로 열차가 터널 내에 멈춰서자 승객이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기공급장치가 측면에 있는 경전철 특성상 감전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관제실이 전원을 차단하고 119까지 출동해 승객 구조에 나서 추가 사고는 없었지만 담당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열차 사고시 안전요원 안내에 따르지 않고 탈출하려는 승객으로 인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자력 탈출과 무단행동은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통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18시 50분 경 우이신설경전철이 솔샘역에서 북한산보국문 방향으로 30m 가량 운행하다 멈춰선 지 12분 후 승객 10여명이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하고 하차했다.

우이신설경전철은 무인자동운전을 하는 시스템이다. PSD 장애가 발생하면 우선 멈춘 후 직원이 확인한 다음에야 운행을 재개한다. 이날은 출입문 비상장치 버튼에 문제가 발생해 정지했다.

정지 후 10분이 넘어가자 승객이 불안해한 것으로 보인다.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도 했고 감전 위험이 있다는 안내문구도 있었으나 승객의 탈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로 옆 전차선 감전 위험 경고 문고. 경전철 출입문에 승강장 외 선로 출입은 위험하다는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선로 옆 전차선 감전 위험 경고 문고. 경전철 출입문에 승강장 외 선로 출입은 위험하다는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문제는 경전철이 일반 열차와 달리 전기공급장치가 지상 선로 옆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이신설경전철 전기공급장치는 BC750V 전류가 흐른다. 감전 위험을 막기 위해 커버가 씌워져있지만 감전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반 열차도 다른 선로에서 차량이 달려올 수 있어 안전요원의 안내가 있기 전까지는 선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관제소는 승객 하차를 발견한 즉시 전체 전원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경전철 운행이 완전히 중단됐다. 더욱이 터널 안에서는 승객이 방향을 잃거나 돌발상황도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 119까지 출동한 이유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선로 옆에 전차선이 설치되어 있다. BC750V의 전류가 흐른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선로 옆에 전차선이 설치되어 있다. BC750V의 전류가 흐른다.

전체 전원을 차단하면서 상하행 열차 20여대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몇 분 안에 끝날 상황은 승객들을 수색하느라 30분 이상 소요됐다.

지난해 오송역 KTX 단전사고에서도 폐쇄공포증을 호소하던 승객이 유리창을 깨뜨리거나, 일부는 독자적으로 선로를 걸어 탈출했다.

무단 탈출 등은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 사유지만 국토부는 불안에 떠는 승객에게 문제를 삼지 못하는 상황이다.

철도안전법 제 49조에 따르면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철도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직무상 지시를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르다 희생된 세월호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자리잡아서인지 자력탈출 시도가 종종 일어난다”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도종사자의 안내를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